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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ㅣ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평점 :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김진숙이라는 사람을 알게된 것은 고 노무현대통령 서거직후 그가 쓴 '노무현 동지를 꿈꾸며'라는 글을 읽고나서였다. 그 글을 읽고 난 느낌은 깊고 절절하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단순한 감성에서만 나오지는 않는, 경험과 고난으로부터 나오는 어떤 응어리같은 것이었다. 김진숙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은 커졌지만 나의 게으름은 그 이상을 알게 하지 못했다. 그렇게 이름 세 자만 기억한 채로 지내던 중, 그녀가 김주익 열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던 한진의 85호 크레인으로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고 겨울을 지나 봄이 되고 여름을 지나는 지금, 김진숙씨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고 나는 그녀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었다면 누구나 느낄 그런 분노나 우울함을 이야기하고는 싶지 않다. 그런 감정이나 감정의 폭발은 좀 더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느낄 사람들은 많기 때문이다. 그저, 그녀가 이야기한 이 책의 제목, 소금꽃나무라는 단어, 제목만큼 깊고 절절한 이야기들, 그리고 글 안에 배어있는 처절한 몸부림의 흔적들.. 제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언제 한 번 글쓰기 연습조차 하지 못한 사람이 쓴 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절제되고 깊은 이야기는 좋은 글은 기교나 감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느낀 감정에서 나온다는 진리를 다시한 번 확인케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고 권정생 선생님의 '우리들의 하느님'과 닮아있다. 글에 기교나 정제가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두 책은 쌍둥이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동시에 한탄스러움을 느낀다. 왜!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 느끼고 울분했던 현실은 30년도 훨씬 지난 우리에게 새롭고 절절함으로 다가오는가! 내 주변의 누군가의 현실은 이렇게 오랜 시간을 말없이 묻어두어야 했던 그런 것이었던가. 그런 고난과 울분의 현실은 왜 누군가의 죽음과 누군가의 투쟁과 누군가의 낙오로만 때마다 새롭게 느껴야 하는가. 제도권력과 언론의 무관심 탓으로만 돌리기엔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한 돌아봄조차도 실행할 수 없는 사회개념의 이해와 탈이념이 문제이지 않을까.
작은책 발행인인 안건모 선생님은 '일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나의 이야기를, 내가 속한 세상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 그것이 세상을 제대로 알고 앎을 바탕으로 변화를 끌어나갈 수 있는 바탕의 힘이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는 스스로 표현하지 못했던 우리사는 세상의 부당함과 고난함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다. 물론 김진숙과 85호 크레인 투쟁은 트위터라는 새로운 대화와 소통기구가 생기면서 많은 힘을 얻은 부분은 있으나, 그래서 3년전의 촛불보다도 더 깊고 넓은 저항이 가능해졌지만, 언제나 중요한 것은 저항과 싸움 그리고 소통의 저변에 존재하는 개념과 통찰이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김진숙에 힘을 실어넣는 실제의 행동을 넘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시간을 초월해 간과되는 현실을 만들지 않기 위한 가장 기본의 요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