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미술관에 가다 - 미술 속 패션 이야기
김홍기 지음 / 미술문화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나의 작품에서 세세한 요소를 꺼내어 들춰보는 일은 무척 재미있는 일이다.  그것이 음악이든 미술이든 사진이든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의미적 구성을 어떠한 매개체를 통해 깨닫는 것은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으로 작품을 다시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반대로 하나의 작품에는 수많은 의미적 요소가 함축되어 있다.  그것은 작품을 만들어 낸 작자가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자신의 생각, 사상, 취향, 시각등이 녹아날 수 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역사성이 함축된 시대상과 은밀할 수 밖에 없는 욕망과 고발이 담기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서경식씨는 미술작품을 통해 인간의 폭력과 잔인성을 고발하고 설명한다.  동시에 그런 인간의 역사적 실체와 만행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말하자면 그는 작품속에서 시대의 폭력을 읽어내며 되살아날 수 있는 폭력을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홍기씨는 작품속에서 복식의 모양, 즉 패션을 읽어낸다.  역사속의 패션을 읽어냄으로서 삶의 역사적 변천을 설명하고 현재의 삶을 투영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작품속 패션의 역사를 읽어내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패션 속에 들어있는 시대적 취향, 인간의 욕망, 말로 표현되지 않는 언어의 교류, 시대적 정치사회상 등을 읽어낸다.  그것은 시대적 사건과 정치적 흐름을 읽어내는 역사서와는 또다른 인간상의 역사서와도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대적으로 인간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표현은 옷을 통해 어떻게 나타났는지, 그렇게 하게 만들었던 그시대 사회의 정치사회 경제는 어떠했는지를 시간적 흐름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역사서 말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는 미술을 매개로 한 패션의 역사책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를 알 수 있는 삶의 역사책이라는 생각을 자주 할 수 있었다.

 

  결국 인간의 모든 행위는 거미줄처럼 얽히고 얽혀있다.  누군가의 음악, 미술, 패션, 글, 행동등이 마냥 하나의 분야로만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음악속에는 미술적 영감이 작용했을 것이고, 패션에는 입는 사람의 사상과 사회성에 바탕을 둔 취향이 존재할 것이며, 글 속에서는 음악과 미술과 사회적 영감과 사상이 함축되어 있을 것이고, 행동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미적, 사회적 판단을 바탕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그것을 역으로 하나하나 뽑아내는 것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섬세한 면모를 돌이켜보는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인데 이 책이 조금 새롭고 흥미로웠던 느낌은 그래서였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패션은 어떤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을까?  경기가 안좋으면 치마가 짧아진다는 식의 유행은 실제하는 경제사회상의 반영일까?  물론 시대마다의 패션에는 계급성과 자본이 많이 느껴지긴 하는데, 점점 자본의 영향력이 거품처럼 커지는 시대의 패션은 혹여 거품처럼 불거져버린 자본의 모습을 좀 더 많이 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리고, 언제나 편함과 단순함만을 추구하며 옷을 입는 나의 패션에는 어떤 현시대의 모습을 담고있는가 문득 돌아보게 된다.  흥미로우면서도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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