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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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몇년 되지 않았다.  군의관시절 짬짬히 읽어나갔던 몇권의 책을 제외한다면, 수련의 시절 출퇴근 두시간의 지하철 안에서 읽었던 책이 지금의 독서습관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사실 독서라는 것은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평생 이루어져야 할 습관인데 그렇게 보자면 나의 독서는 매우 늦어버린 습관이다.  시기를 놓쳐 뒤늦게 심어진 화초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듯, 독서를 통한 나의 생각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어릴적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나간 이들에 대한 부러움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한 많은 평들을 넘어 저자가 부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대로 읽었던 책이란 중학생시절 읽은 고전 구운몽밖에 없는 나의 사고는 입시에 매몰된 채 교과서 이상의 영역을 빠져 나올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편협한 사고란 사람을 얼마나 옥죄이는가, 그것은 물리적 억압과는 무관한 좁은 우리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바깥을 볼 기회를 자의적으로 박탈하는 기제였다.  수많은 시간을 공부했지만, 여전히 사고는 편협하고 알고 있다 생각하는 것 이상을 알려하지도 않으며, 몸은 그런 테두리 안에서 움직일 줄만 아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어릴적부터 독서라는 습관이 붙어있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후회가 밀려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좋은 책들을 찾아 읽는 독서의 힘이란 얼마나 크던가..  마냥 기쁨일 수만은 없지만, 저자가 가지고 있는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디아스포라적 사고는 학생시절 일본인 선생의 무심한 핀잔 앞에서도 흔들림없이 지킬 수 있었던 힘의 바탕이 아니었을까..  그의 형 서승과 서준식의 19년 17년 옥살이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사상적 신념의 바탕이지 않았을까..  형들의 고통을 바라보며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고 가족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인내의 바탕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는 뒤늦게 시작한 독서를 통해 어떤 힘을 만들며 갖추어가고 있을까.. 

 

  이 책에는 그런 정체성과 힘을 만들어내었던 어린 시절의 독서와 추억이 담겨있다.  그것은 잔잔하다.  조선어를 말하지 못하는 재일조선인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디아스포라의 처지가 기쁠 수도 없었겠지만 막연히 슬프고 처절하지도 않다.  유년시절의 경험과 어느정도 성장하여 정체성을 형성한 청년의 이야기는 담담하면서도 예민한데 예민한 감정표현과 기복은 독서라는 주제와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저자의 현재를 만들어 낸 독서, 그것을 통해 만들어진 정체성에 대한 의지와 예민함과 사고력은 나 역시 지닐 수 있을것인가?  단순한 유년의 추억과 독서에 대한 회상만 담겨있는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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