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외인종 잔혹사 -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주원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마치 꿈을 꾼 듯 하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단지 몇사람의 공통된 꿈.  너무도 현실감있던 꿈을 꾼 사람들은 그것을 진짜 현실로 경험한 이야기인 양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만 결국은 그냥 생생했던 꿈이야기로 또는 미친놈 취급을 당한다.  하지만 꿈이라는 것은 개꿈마저도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고 은유적으로 밝혀내는 또다른 세계이다.  설령 개꿈이라 할지라도 그 세계에 놓여지는 장치나 현상들은 자신의 내면 어딘가를 표현하는 것들이다.  결국 진실은 내면을 표현하는 꿈 안에 존재한다.  미친놈 취급을 당하는 그들, 반대로 말하자면 세상의 진실을 알게된 극소수의 사람들인 것이다.  
 

  열외인간들은 하나의 꿈 속으로 들어간다.  하나같이 사회부적응자이거나 주류에 끼어들려 아둥바둥하는 인간들, 그런 열외인간들을 만들어내는 세상을 뒤집으려는 쿠데타가 꿈속에서 일어나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들이 열외일 수 밖에 없었던 사고방식 그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들은 여전히 같은 사고방식으로 살아간다.  단지 내가 경험한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는 것만 차이가 있을 뿐..

 

  쿠데타를 일으킨 집단들 역시 열외인간이다.  아니 머리가 양으로 변해버렸으니 열외인종이라고 해야할까?  열외라는 입장에 대한 공분을 느끼는 이들이 벌이는 쿠데타는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것은 같은 열외의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서조차 공감을 얻지 못한 때문이다.  쿠데타를 통해 열외를 만들어내는 세상에 대한 공분을 표출하고 설득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열외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열외가 되어가면서도 마음속에 쌓여만 가는 공분을 느끼지도 표출해내지도 못한다.  생생한 꿈으로만 기억되는 쿠데타, 진실을 바라보았지만 현실은 진실을 경험하고도 자기자신조차 무언가가 바뀌어지지 않는다.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대체 무엇이 이런 어리둥절함을 만들어내는가.

 

  저자는 천민자본주의의 막장에 선 우리사회를 이야기한다.  천민자본주의의 막장에 서서 우리를 이 책으로 끌여들이고는 꿈을 꾸게 한다.  진실을 보라고.  우리가 겪고 있는 열패감, 열외로 내밀리는 모습, 열외로 사람들을 내모는 사회.  온갖 장치를 동원한 은유의 이야기들로 하여금 진실을 읽게 한 후에 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자 이제 꿈에서 깨었는데 기분이 어떠신지?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인가, 아님 내가 지금 처하고 있는 현실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꿈꾸듯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나는 여전히 열외가 되어가고, 열외가 되지 않으려 아둥바둥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여전한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열외인지 아닌지 모른채 그저 열심히만 살아가고 있음을 알겠는가?  공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마음에 쌓이고 있지만, 점점 쌓여가는 공분의 크기에 반비례하여 공분을 표출하는 방법을 잃어가는 것, 이것이 천민자본주의의 아이러니한 힘임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꿈꾸듯 이 책을 한번 읽어보자.  개인의 꿈은 개인의 진실이 담긴 내면을 은유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라면, 이 책은 사회의 진실이 담긴 내면을 은유를 통해 이야기한다.  즉, 이 책은 지금 우리사회가 꾸는 꿈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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