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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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유의지는 시스템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이 소설의 주제이고 실제로 소설 또는 스탠리 큐브릭의 동명영화를 통한 많은 후기들이 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 역시 영화를 통해 먼저 접하게 되었는데 충격적인 영상과 감독이 의도한 좀 더 분명한 문제의식과 주제가 단순명료한 의문과 생각을 자아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유의지의 통제방법으로 제시된 루트비코 요법은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텔레스크린을 닮아있다.  조건반사를 통한 자율적 행동통제라는 면에서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사회시스템이 인간의 행동과 감정마저 억제하려는 시도라는 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보인다.  오히려 저자는 오웰의 비판을 넘어 '인간의 일반적인 자유의지뿐만 아니라 인간의 악마적 본성도 사회가 통제하려는 시도는 잘못되었으며 통제될 수도 없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듯 하다.  사실 이런 메세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워낙 당연한 이야기가 되어있다.  사회는 범죄 또는 잘못으로 치부되는 모든 것들을 법이라는 제도하에 재단하고 처벌하는 것 외에 어떠한 시도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음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늘어나고 있는 CCTV나 성범죄자들의 전자발찌 착용, 화학적 거세법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 역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그 자체로서 존재하고 존중받을 수 밖에 없음을 우리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고 이 작품을 통해 반추할 수 있다. 

 

  그래서 너무도 많이 논의된 주제에 대해 또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글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좀 더 깊이 생각해본다.  첫번째로 알렉스의 잔인무도한 악행은 단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인간본연의 악으로만 받아들여야 하는가란 의문이다.  사실 저자는 주제를 분명히 하기 위해 허구일 뿐인 알렉스라는 인물과 그의 악행을 열심히 이야기한다.  그보다 덜한 악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비슷한 악행들이 존재한다.  그것을 인간본연 자체라 생각하고 그런 사람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만 하는 걸까?  혹시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시스템이 그런 잠재된 본연의 악을 행동으로 표출시키는 것은 아닐까?  나는 개개인의 자유의지가 모이면 나름의 질서가 형성되고 이상적인 공동체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일화들은 대륙탐험시절의 백인에 의해 기록된 수많은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개인의 자유의지가 어떤 권력화된 힘에 의해 시스템하에 종속될 때 직간접적으로 억압된 자유의지는 분출구를 찾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같이 분출되는 것이 내면에 잠재된 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또는 가난한 엄마가 아기먹일 우유가 없어 가게에서 우유를 훔치듯,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이 어쩔 수 없이 벌이는 일들을 악이라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사회시스템과 연관되었을 수도 있는 알렉스의 심리나 내면을 이야기하지 않기에 더 이상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나는 너무도 잔인하고 일방적으로 왜곡된 알렉스의 내면과 행동에서 언뜻 사회시스템과의 심리적 불화를 읽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두번째로 알렉스가 조건반사적 자기처벌을 극복해내고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후 더 이상의 악행을 거부하고 아이를 생각하며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가려 하는 모습에서 저자가 알렉스의 악행은 젊은 시절의 혈기로 저지를 수 있는 한때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보려하는 듯 하여 조금 불편한 느낌이었다.  물론 허구속에 과장된 일들이긴 하지만, 타인에게 심대한 고통을 주는 그런 일들이 젊은날의 치기로 이해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상식적이지 않은 과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는 치기어린 젊은 날의 행위의 수위가 그 정도라면 그것은 어쩌면 시스템에 억압된 자유의지의 반사적 몸부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앞서말했듯 내용은 영화가 오히려 더 깔끔한 느낌이다.  알렉스를 정치적 희생자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여러 정치인들과 언론의 행보를 보여줌으로서 마무리되는 장면은 소설의 뒤편에서 느껴지는 불편함과 무기력함없이 주제를 분명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알렉스가 폭행하며 불렀고, 같은 집에서 도움을 받아 욕실에서 불렀던 'Singing in the rain'..  아직도 내 귓전에 울리는 멜로디이다.   영화내내 담겨있는 수많은 종류의 폭력의 장면과 함께 오버랩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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