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밟으며 살다 - 함께하는 삶을 일군 윤구병의 공동체 에세이
윤구병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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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조금 다르다.  자연과 함께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자신의 소소한 일과와 자연을 보고 느끼는 것들이 주로 소개되는데, 이 책에서는 사람이 읽힌다.  분명 변산공동체라는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자연보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도드라져 읽힌다.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낀 것들, 자연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먼저 이야기되고 그렇게 사회, 세상의 이야기로 확산된다.  단순한 흙을 밟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윤구병 선생님 자신의 이야기도 아니다.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이야기속에는 자신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옆에 누군가가 있어 함께 주인공이 되어있다.  그렇게 이 책에는 사람과의 관계가 있다.  하지만 단지 사람만의 관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연속에서 농사일을 하면서 깨달은 식물들과의 관계, 고추농사를 지으며 고추모종 옆에서 수북히 올라오는 풀들이 마냥 잡초같지만 그것들은 서로 상호관계속에서 경쟁과 보완의 작용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땅 위의 모든 것은 상호관의 관계를 이루며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 역시 이야기한다.  그래서 잡초는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자연은 뭇 생명들이 겸허히 고개를 조아리고 들어가 살아야 할 터전이고 그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땅위의 생명과 생명들이, 그리고 사람과 생명들이 관계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것..  아마도 이 책은 그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핵가족화라는 말이 생겨나 지금껏 그 개념이 유지되고, 모든 것이 점점 원자화되어 관계마저도 단절될 때, 저자는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순리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관계를 회복하는 길이라 이야기한다.  그 관계는 단지 서로간의 교류를 통한 알고지냄의 차원을 넘어, 삶을 유지하는 일에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 공유하는 관계를 이룸으로서 생명의 보존과 유지, 생산까지도 일구어내는 일이라 설명한다.  그것이 자연을 구성하는 땅과 물을 바탕으로 이루어짐이 명백한 바, 지금의 왜곡된 도시집중사회에서 농촌으로 다시 돌아와야 함은 당연한 일이라 설명한다.  그것은 자신이 일군 공동체가 오랜시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여준 모습과 지금의 정착된 모습을 보며 이야기하는 확신이지 않을까.  

 

  윤구병 선생님의 오랜 시간 써왔던 글들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하나하나가 참 좋은 글들인데 아쉬운 것은 각각의 글들중에는 시의성이 있어야 이해될만 한 글들이 있어 그것이 언제 쓰여졌는가를 알면 더 이해하기 좋은 글들도 있다는 것이다.  근 30여년간의 글을 정리한 것이니 최근의 일이 아니고서야 이게 대충 언제쯤 쓰여졌겠다 싶은 추측만 남는다.  하지만, 모든 의식이 편향되고 편향성과 경박함이 시간이 흐를 수록 더해가는 지금의 세상에서 선생님의 글은 30년이란 시간을 초월한 깨달음의 힘을 가지고 있다.  아니, 반대로 그 시대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하는 대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선생님이 말하는 흙을 밟는 일, 그것은 관계의 회복이고 이제는 어떤 이들에게는 진부한 주장이 되어있겠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자연으로 들어가자는 주장이 아니다.  자연을 바탕으로 한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회복하자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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