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세미나 - 체제 이행기의 사유와 성찰
김규항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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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을 받고 일하다가 자영업자가 되었다.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었다.  내가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내 일을 꾸렸는데, 나는 전보다 더 무언가에 휘둘리고 답답한 마음만 들었다.  노동자 입장에서 자본가 입장이 되면 내가 선 자리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유일하고 진정한 지배자는 자본’이고 ‘자본가 역시 자본 운동을 수행하는 노예’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자본론을 앞세워 자본주의를 오독하는 일은 곳곳에 산재했다.  보통 자본을 지배하는 자는 자본가라고 알고 있지만, 실상을 그러하지 않다는 사실을 나는 경험으로 깨달았다.  착취라는 말도 그렇다.  자본의 원리상 착취가 없다면 자본가는 이윤을 만들 수 없고, 이윤을 만들 수 없는 자본은 자본이 아니게 된다.  노동자의 임금은 또한 어떤가?  임금은 노동자의 노동력에 대한 계약이지, 노동 자체에 대한 댓가는 아니다.  만약 임금이 노동에 대한 댓가라면, 말 그대로 일 한 만큼 수당을 받아가고 자본가에게는 주어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제일 큰 미덕은 우리가 현실 안에서 흔히 오해하고 있는 이런 개념들을 바로잡아주는 데 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자본의 오해를 바로잡다 보면, 무노동 무임금이라던지, 탈성장 자본주의라던지, 노동/계급해방같은 구호들이 실은 불가능한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다음엔 나름의 과제가 남는다.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 구조 안에서 어떻게 합리적인 조율을 이끌어 낼 것인지, 아니면 자본주의를 넘어선 다른 세상을 상상하던지..


  저자는 자본주의를 넘어선 다른 세상을 상상하기를 권한다.  인간해방의 차원에서 자본주의는 넘어서야 할 현실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 사유하는 개인’들의 탄생을 기대한다.  그런 개인들이, 적절한 순환구조 안에서 노동을 사유할 것임을 상상한다.  경험해보지 않은 구조 안에서의 삶을 상상하기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노동의 가치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전제한다면, 경험해보지 않은 구조 속으로 우리는 서서히 진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스스로 사유하는 개인들이 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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