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망은 희망 - 제주할망 전문 인터뷰 작가 5년의 기록,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정신지 지음 / 가르스연구소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배가 아파 입원한 70 중반의 할망의 발목은 어긋나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시국때 성담 지키다가 접질려 다친 발이라고 했다.  다친 때문에, 숙소에서 쉬다가 습격을 피해 지금까지 있었다고 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할망 할아방 한분 분이 저마다 곳의 역사구나.  저마다의 역사를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때부터, 병원에서 만나는 할망 할아방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 생각을 실천하지는 못했다.


  굳이 4.3 뿐인가.  시국을 겪은 세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지만, 4.3이라는 강렬함 말고도 노인은 거의 세기를 경험해 인간의 역사다.  노인의 경험은 후세대의 지혜다.  없는 속을 먼저 헤쳐나간 이의 발자취이다.  발자취를 따르며,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세상의 원칙과 진리를 깨닫는다.  삶을 살아낸 사람은 그렇게, 뒤따르는 자들에게 무언가를 남긴다. 


  굳이 세대를 나누어 말을 붙여본다면, 솔직히 나는 지금의 노년세대에 신뢰가 별로 없다.  세상은 너무도 급격히 변했고, 변한 세상에서 노년의 지혜란 무게감이 많이 떨어진 가치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변화가 급격했던 한국의 근현대사 안에서 보편의 노년세대가 경험한 것은 여유와 생각없이 쌓은 부였다.  그렇게 세대를 살아 그들이 보여주는 현재의 모습은 성찰없는 주장, 되돌아보지 못하는 욕심, 구조에의 몰이해이다.  어버이연합이나 보수적 집단의 머릿수를 채우고 있는 보편의 노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그들은 여전히 사회의 부를 거머쥐고, 보편의 권력이 되어 세상의 중심을 흔들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노년세대가 가진 경험에서 보편의 가치를 꺼낼 있다고 믿는다.  정치와 경제와 사상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간의 삶은 결국 세대가 가꾸며 살아 기반을 바탕으로 세대가 가치를 만들어 이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은,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쓰여졌을 것이다.  저자도절대 양보할 없는 생각과 가치 대해서는 일부러 대화를 피하거나 적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면,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살당보난 살아져라.’ 라는 말은 섬에서는 매우 강력한 강력한 체념이자 진리였을 것이다.  근현대사의 엄중한 시절을 모두 겪어 이들이 적지 않은 숫자의 명찰을 달고 지금 내게 쏟아지는 같은 햇볕을 쪼이고 있다는 사실..  그것은 그들에게는 어쩌면 엄청난 운이었을 모른다.  그러기에 할망 할아방들은 엄중한 시국을 빼놓지 않고 말하지만, 결국 그들의 삶에서도 어쩔 없이 영글어지는 보편의 가치가 매달린다.  누구나 뒤돌아보면 살다보니 살아지겠지만, 섬에서는 번이라도 마시고 내쉬는 일이 보편의 가치만큼 귀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다는 것은, 섬에서는 대단한 능력이자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지금의 제주사람들도 알아들을 없다는 중산간이나 바닷가 시골할망들의 제주어를 녹취하고 알아듣는 , 아내가 지역사회 그룹에서 작업을 해보다가 이내 포기했었기에 작업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노년세대는 나에게는 애증이지만, 애증을 떠나 섬의 할망 할아방들에겐 어떤 친근함과 옅은 애정이 느껴진다.  그것이, 최근들어 관심의 대상이 섬과 제주할망들 때문이거나, 4.3이라는 삶의 강렬한 위기를 겪은 이들이라는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다.  안에서 나도 무언가를 찾아보고 꺼내보려 했었지만, 지금은 누군가 일을 대신 이의 기록을 감사히 읽고 있다.  제주할망 할아방의 특별함보다는 보편의 가치를 느낄 있음은, 불안하고 불안한 인생 1회차의 말미에 제주할망과 할아방을 만나 정신차리고 다시 걸을 있게 되었다는 글쓴이의 말에서 있다.  섬의 특별함 속에서도 삶이 간직하는 보편의 가치는 어디와도 다르지 않게 다소곳이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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