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똑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아 - 내 삶과 나만의 생각을 음악으로 맘껏 표현하고 싶다고? 내가 꿈꾸는 사람 19
서정민갑 지음 / 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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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크가수로서의 밥 딜런을 잘 모른다.  가끔씩 라디오에서 들리는, 시를 읖조리는 듯 투박한 목소리가 밥 딜런이구나 하는 정도의 관심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그의 노래가 오랜 생명력을 가지는 이유를 굳이 비유하자면, 우리나라의 포크싱어 김광석을 생각하면 될 듯 하다.  개인적 취향에서 밥 딜런은 그닥 매력있는 가수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나 역시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노래는 시이며, 음율을 얹은 시를 노래함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역시, 담담한 마음으로 그의 수상소식을 받아들였고, 수상을 통해 그가 부르는 노래의 가치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음악을 향한 열정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런 것들의 궁극인 자유를 꾸준하고 깊게 노래하는 모습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밥 딜런은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를 가꾸어 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휘둘리지 않는 의지와 시선으로 써 내려간 시와, 다양한 음악을 통해 게으르지 않은 공부로 지어낸 선율이 만나, 밥 딜런의 노래가 되었다.  스스로의 자유의지가 담긴 그 만의 노래, 그것으로 가치는 충분하고 노래는 감동적일 수 밖에 없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밥 딜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자유의지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의 시대에 만들어지는 음악들의 산업적 특징에 비교된다.  자본주의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대량생산 체계는 인간 개개인의 특성이나 능력을 무시하고 천편일률적인 획일화로 몰아넣는다.  이 시대에 생산되는 음악들은 그런 획일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래를 하는 이들의 생각이나 개성이 노래에서 쉽게 읽히지 않는다.  자본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들은 화려해서 인기마저 독식한다.  스스로의 의지, 인간의 개성과 가치를 선율에 담아 노래하는 가수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외면당하거나 구석으로 밀려난다. 

  밥 딜런을 소개한 이 책을 쓴 이는 사실 나와 같은 비평을 하지 않는다.  세상의 변화는 노래가 이끌지 않았어도, 변화의 옆에는 항상 노래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촛불의 광장에서도, 우리는 항상 노래와 함께 있었다.  밥 딜런은 언제나 스스로의 의지로 자유를 노래했고, 그의 노래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리고, 글쓴이는 노래에 희망을 담아낼 줄 아는 사람이다.  노래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힘든 암흑이지만, 역사 안에서 노래가 세상을 바꾼 적도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 옆에서 노래는 어떻게 변화를 함께 만들어갔고, 노래의 힘이 어떻게 희망과 긍정을 이끌어냈는지, 글쓴이는 설명할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현재의 음악생산 방식에 비판적이고, 개인의 자유의지를 담은 노래들이 발전된 시스템 안에서 조명을 받아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하여 더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한다 생각한다.  그러나, 글쓴이가 말했듯, 노래는 항상 우리 옆에 있었고, 우리에게서 희망을 이끌어 내었음을 인정한다.  노래라는 주제 하나만으로도 매우 복잡한 얼개 안에서 중심을 잡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인간의 근대사만 보아도, 그리고 짧기만 한 나라는 인간 하나의 시간 안에서도 노래는 항상 함께 있었고, 희망이거나 위로였었다.  그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 책이 청소년의 진로와 직업선택을 위한 책이라는 사실은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열정은 사람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든, 삶의 중심이라는 의미에서 필수적이다.  그리고, 음악은 모든 이의 옆에 있다는 점에서 비단 청소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실용서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앞으로의 인생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러한 방식으로 말하는 것은 정말 가치있는 작업인 동시에, 간접적이고 모호할 수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은 나는, 이 책을 이제 막 기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내 아들에게 건넬 것이다.  아직은 읽기에 이를 수 있으나, 나는 밥 딜런의 자유의지와 열정을 사랑하고, 그것이 인간의 삶에 필수요건임을 믿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삶에서 음악의 본질을 짚어내는 방식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현실의 지난한 타협 속에서 지쳐버린 모든 사람들에게 건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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