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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선택 (크리스마스 패키징 에디션)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4년 12월
평점 :
품절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신비하고 아름다운 표지를 가지고 있는 책이 눈길을 끄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심심한 표지는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아름다운 책 표지에 혹해서 읽은 책에서 겉만 번지르르함을 느꼈을 때 드는 실망감은 무척 크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니 어떻게 보면 다행이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주인공이 선택할 수도 있는 길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뒷표지에 실린 본문 글의 일부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다른 선택의 삶"...우리는 매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곤 한다. 긴 망설임 끝에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도 하고, 선택을 한 후 후회하기도 하고, 또는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주인공은 그가 구해준 한 사람을 통해 또다른 삶을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의 직업이 작가라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이 하는 생각과 말과 삶이 이 책의 작가와 동일시되었다. 작가는 말한다. 웹소설의 독자들이 갈등을 참지 못하는 이유는 "현실의 갈등이 너무 버거"워서라고. "소설 속의 세계에서나마 갈등이 사라진 인생을 살고 싶은" 거라고. 그래서 이 책에는 갈등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아니다. 갈등은 이야기를 끌고 갈 연료와 같다. 주인공이 조금씩 맛보는 다른 삶을 함께 맛보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맛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다보면 어느새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남은 음식을 아껴먹듯이, 이 이야기도 절정을 앞두고 남겨두었다가 아껴두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했다.
주인공과 딸, 작가의 아버지와 작가,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삶 속에서 공통적으로 묻어나는 삶의 진실은 사랑이다. 주인공의 선택을 좌우하는 건 결국 사랑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 글에 대한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 그 선택에 대한 고단함과 무게를 알지만, 그만큼 우리는 사랑하기에 오늘도 선택을 한다. 가끔씩 후회도 하고 뒤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마감 시간에 쫓기는 이들은 신의 영역에 한 발 다가가는 기적을 맛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에게도 기적적인 말 한 마디가 필요했고, 그 한 마디가 무척 궁금했다. 작가는 그 한 마디를 위해 얼마만큼의 고민을 했을까? 주인공이 뜸을 들인 시간 만큼, 아니면, 그것보다 더 많이? 어떤 말인지는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상 계엄 선포 이후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분노하고 좌절하면서도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감정들을 약간이나마 희석시킬 수 있었다. 아무리 현실의 갈등이 버겁더라도 우리는 이 갈등에 맞설 것이고, 그것을 이겨낼 힘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 그러한 것처럼.
-이 글은 라곰 출판사에서 증정받은 <찬란한 선택>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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