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마운틴 미래주니어노블 17
로런 월크 지음, 이보미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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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신청을 하고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이 책의 두께를 알지 못했었다. 보통의 청소년 소설이 250쪽 안팎이었기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러나 519쪽의 잘 넘겨지는 양장본으로 되어 있는 책이 크리스마스 다음 날 도착했다. 멋진 표지 이상의 가치를 지닌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행운이 내게 온 것에 매우 감사함을 느낀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나는 내가 짐작도 하지 못할 깊은 산의 중턱으로 이동해서 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도시와 학교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소설 속의 배경에서 나는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을 맡을 수 있었고 개울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또 벌침에 쏘이는 따끔함도 느낄 수 있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레빈이 농부들과 함께 농사일을 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작가가 경험하지 않고는 써내지 못할 듯한 섬세한 묘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작가인 로런 월크 또한 그러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경제 대공황 이후로 경제적 위기에 빠진 엘리네 가족은 도시를 떠나 에코 마운틴에 정착하게 된다. 어딘가에 정착한다는 건 정착, 이라는 하나의 단어만큼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나는 자연을 좋아하지만 위험이 없는 안전한 자연을 좋아한다. 국내 어디를 가든지 우리는 그러한 환경에서 자연을 마주한다. 그러나 엘리네 가족은 야생 곰과 늑대가 있는 숲 속에서 텐트 생활을 하면서 집짓기부터 시작한다. 그 힘겨운 과정을 겪고 난 엘리의 가족에게 또다른 시련이 다가온다. 게다가 엘리는 그 시련의 원인 제공자라는 누명을 쓰고 엄마와 언니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아간다. 엘리와 가족간의 갈등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작은 사건들로 촘촘하게 이어진다. 동생과 언니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모든 짐을 지고 묵묵히 버티는 엘리의 마음이 측은하면서도 대견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아빠와 마귀할멈을 살리기 위한 엘리의 기발한 생각들과 실천들로 인해 무겁지 않게, 유머를 잃지 않고 이어진다. 그리고 가족과의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엘리의 모험 속에서 우리는 광활한 자연과도 마주하게 된다. 엘리에게서 신시아 라일런트의 소설인 '그리운 메이 아줌마'와 같은 특유의 정제된 슬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 두려움과 경계심을 갖게 된다. 그건 우리를 지키기 위한 본능과도 같을 것이다. 원래부터 이 에코 마운틴에 살고 있던 이들은 새로 정착하러 온 사람들에게 불평없이 자신들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착민들 중에는 그들에게 감사하기는커녕 오로지 소유에만 집착하는 이들이 있었고, 낯선이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마귀할멈이 생겨난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엘리는 모든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몰래 나무조각들을 선물하던 소년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독자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음을 깨우치게 된다. 우리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것들이, 모든 사건들이.

외국 소설은 우리가 알던 익숙함에서 벗어나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공간과 문화, 사고들로 우리를 이끈다. 국내의 청소년 소설만 읽었던 청소년들이라면 이 소설을 당장 읽어보길 바란다. 비좁은 곳에만 갇혀있지 말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도전하고 모험을 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엘리처럼.

#밝은미래 #서평 #에코마운틴 #로런월크 #청소년소설 @balgeunmira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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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선택 (크리스마스 패키징 에디션)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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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신비하고 아름다운 표지를 가지고 있는 책이 눈길을 끄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심심한 표지는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아름다운 책 표지에 혹해서 읽은 책에서 겉만 번지르르함을 느꼈을 때 드는 실망감은 무척 크다.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니 어떻게 보면 다행이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주인공이 선택할 수도 있는 길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독자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뒷표지에 실린 본문 글의 일부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다른 선택의 삶"...우리는 매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곤 한다. 긴 망설임 끝에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도 하고, 선택을 한 후 후회하기도 하고, 또는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주인공은 그가 구해준 한 사람을 통해 또다른 삶을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의 직업이 작가라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이 하는 생각과 말과 삶이 이 책의 작가와 동일시되었다. 작가는 말한다. 웹소설의 독자들이 갈등을 참지 못하는 이유는 "현실의 갈등이 너무 버거"워서라고. "소설 속의 세계에서나마 갈등이 사라진 인생을 살고 싶은" 거라고. 그래서 이 책에는 갈등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아니다. 갈등은 이야기를 끌고 갈 연료와 같다. 주인공이 조금씩 맛보는 다른 삶을 함께 맛보다 보니 어느새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맛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다보면 어느새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남은 음식을 아껴먹듯이, 이 이야기도 절정을 앞두고 남겨두었다가 아껴두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했다.

주인공과 딸, 작가의 아버지와 작가,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삶 속에서 공통적으로 묻어나는 삶의 진실은 사랑이다. 주인공의 선택을 좌우하는 건 결국 사랑이다. 자식에 대한 사랑, 글에 대한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 그 선택에 대한 고단함과 무게를 알지만, 그만큼 우리는 사랑하기에 오늘도 선택을 한다. 가끔씩 후회도 하고 뒤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마감 시간에 쫓기는 이들은 신의 영역에 한 발 다가가는 기적을 맛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에게도 기적적인 말 한 마디가 필요했고, 그 한 마디가 무척 궁금했다. 작가는 그 한 마디를 위해 얼마만큼의 고민을 했을까? 주인공이 뜸을 들인 시간 만큼, 아니면, 그것보다 더 많이? 어떤 말인지는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상 계엄 선포 이후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분노하고 좌절하면서도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감정들을 약간이나마 희석시킬 수 있었다. 아무리 현실의 갈등이 버겁더라도 우리는 이 갈등에 맞설 것이고, 그것을 이겨낼 힘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 그러한 것처럼.

-이 글은 라곰 출판사에서 증정받은 <찬란한 선택>을 읽고 썼습니다.

#찬란한선택 #이동원 #서평 #북스타그램 #소설추천 #@lagom.book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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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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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다니엘 튜더 지음, 김재성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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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많은 이들이 외로움을 말한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외로움을 잊고 살았었다. 반려자가 생겨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 갓 태어나 24시간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나약한 아이들 덕분이었다. 아이들은 내게 외로울 틈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외로울 시간이 그리웠다. 그러나 그들이 자라서 내 곁을 떠나가자 다시 외로움이 찾아왔다. 심리학 시간에 배운 '텅 빈 둥우리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1982년 생으로 만 나이로 아직은 30대의 한창 활동하는 시기의 화려한 싱글이다. 과연 그가 외로울 이유가 뭐가 있을까? 그러한 궁금증이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방인들은 외로움이라는 숙명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다니엘 튜더는 한국에서는 파란눈의 이방인이지만 정작 영국에서도 달라진 억양으로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이방인 특유의 외로움이 아닌 다른 이유로 그는 이 글들을 썼을 것이다. 일단 그의 책을 읽으면서 첫 느낌은 세상을 보는 그의 시선이 많이 둥글둥글해졌다는 점이다. 2013년에 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에서의 그는 매우 날카로운 시선을 지녔었다. 그도 그 점을 언급하고 있다. 그 이후의 책은 읽지 않아서 모르겠다. 물론 글의 주제가 달라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에서 그의 시선은 훨씬 따뜻하다.

그가 아는 어느 유튜버에게 빠진 여자가 그 유튜버가 사는 도시로 이사오고 그에게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접근하려고 하자 그 유튜버는 그의 영상에서 다른 도시로 이사갔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일화를 예로 든 글이 있다. 우리는 핸드폰의 영상에 나온 이들의 모습을 1:1로 대면하면서 그 사람과 나와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위에서 언급한 여자는 그러한 착각 속에서 그 유튜버와 혼자만의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고 결은 다르지만, 그의 이번 글은 그의 내면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의 가장 가까운 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위의 일화를 말하면서 '준사회적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크리스 스토클워커가 준사회적 관계가 지금처럼 강렬히 나타난 적은 없었으며, 그러한 관계는 위험하다고 한 말을 인용하지만, 오히려 요즘 같은 외로움의 시대에 오히려 열등한 대체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이 글을 쓴 시점은 모르겠지만, 작년부터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강제적으로 비대면 시대를 살게 되었다.이제 준사회적 관계는 저자가 말한 열등한 대체물이 아니라 우월한 대체물이 된 것 같다. 슬픈 현실이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게 편하다. 긴 수다는 아주 하기 싫은 집안 일을 할 때, 지루하지 않게 해주고 일의 효율을 높여준다. 그러나 나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은 카톡 대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들은 내게 카톡을 보내고, 나는 그 카톡을 받으면 전화를 한다. 카톡으로는 대화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무엇보다 손가락이 아프다. 나는 얼마 전에 나보다 5살 어린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녀는 남자친구와도 통화를 하지 않고 만날 때를 제외하고는 채팅을 한다고 했다. 놀랍게도 이 책의 처음 부분에 그러한 내용이 나온다.

저자는 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 또래나 더 젊은 세대는 이제 전화 통화를 끔찍이 싫어한다." 아마 '피차 불편한데 말 섞지 맙시다'와 같은 불편함 때문일 것이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불편해서 오히려 배달앱이 인기이고, 말하지 않는 기사를 요청할 수 있는 우버 블랙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보다 더 젊은 세대의 성향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더 나이든 세대가 되겠지만 말이다. 저자는 그러한 불편함을 감내하고서라도 낯선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 편견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그곳의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다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인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선호하며,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보다 혼자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들 했다. 언론에서도 혼밥, 혼술 등의 모습을 자주 노출시키곤 했었다. 그러나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위험때문에 개인간의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서로의 만남을 규제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비접촉 정책을 견디지 못하고 접촉으로 인한 감염자를 꾸준히 발생시키고 있다. 젊은이들의 활동성 때문에 접촉으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에게 백신 투여를 먼저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아직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하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더 다가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서로의 외로움을 나누면 그 외로움이 더 줄어들 것이다.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를 통해 한국 사회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책에서 그가 부재했었다면, 이 책,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에서 그는 자신의 내면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있다. 저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내면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외로운 존재이지만, 지금 더 외로운 시기를 살아내고 있다. 모두가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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