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신청을 하고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이 책의 두께를 알지 못했었다. 보통의 청소년 소설이 250쪽 안팎이었기에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러나 519쪽의 잘 넘겨지는 양장본으로 되어 있는 책이 크리스마스 다음 날 도착했다. 멋진 표지 이상의 가치를 지닌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행운이 내게 온 것에 매우 감사함을 느낀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나는 내가 짐작도 하지 못할 깊은 산의 중턱으로 이동해서 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도시와 학교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소설 속의 배경에서 나는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을 맡을 수 있었고 개울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또 벌침에 쏘이는 따끔함도 느낄 수 있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레빈이 농부들과 함께 농사일을 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작가가 경험하지 않고는 써내지 못할 듯한 섬세한 묘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작가인 로런 월크 또한 그러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경제 대공황 이후로 경제적 위기에 빠진 엘리네 가족은 도시를 떠나 에코 마운틴에 정착하게 된다. 어딘가에 정착한다는 건 정착, 이라는 하나의 단어만큼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나는 자연을 좋아하지만 위험이 없는 안전한 자연을 좋아한다. 국내 어디를 가든지 우리는 그러한 환경에서 자연을 마주한다. 그러나 엘리네 가족은 야생 곰과 늑대가 있는 숲 속에서 텐트 생활을 하면서 집짓기부터 시작한다. 그 힘겨운 과정을 겪고 난 엘리의 가족에게 또다른 시련이 다가온다. 게다가 엘리는 그 시련의 원인 제공자라는 누명을 쓰고 엄마와 언니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아간다. 엘리와 가족간의 갈등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작은 사건들로 촘촘하게 이어진다. 동생과 언니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모든 짐을 지고 묵묵히 버티는 엘리의 마음이 측은하면서도 대견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아빠와 마귀할멈을 살리기 위한 엘리의 기발한 생각들과 실천들로 인해 무겁지 않게, 유머를 잃지 않고 이어진다. 그리고 가족과의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엘리의 모험 속에서 우리는 광활한 자연과도 마주하게 된다. 엘리에게서 신시아 라일런트의 소설인 '그리운 메이 아줌마'와 같은 특유의 정제된 슬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 두려움과 경계심을 갖게 된다. 그건 우리를 지키기 위한 본능과도 같을 것이다. 원래부터 이 에코 마운틴에 살고 있던 이들은 새로 정착하러 온 사람들에게 불평없이 자신들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러나 새로운 정착민들 중에는 그들에게 감사하기는커녕 오로지 소유에만 집착하는 이들이 있었고, 낯선이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마귀할멈이 생겨난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엘리는 모든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몰래 나무조각들을 선물하던 소년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독자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음을 깨우치게 된다. 우리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것들이, 모든 사건들이. 외국 소설은 우리가 알던 익숙함에서 벗어나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공간과 문화, 사고들로 우리를 이끈다. 국내의 청소년 소설만 읽었던 청소년들이라면 이 소설을 당장 읽어보길 바란다. 비좁은 곳에만 갇혀있지 말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도전하고 모험을 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엘리처럼. #밝은미래 #서평 #에코마운틴 #로런월크 #청소년소설 @balgeunmira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