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담긴 찬장 좋은책어린이문고 7
캐시 케이서 지음, 김난령 옮김, 원유미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다정한 부모님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가비에게 닥친 불행들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쉽게 쓴 책이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유대인 학살에 관한 책이 어린이들에게 너무 멀고 낯선 내용이라면 이 책은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아주 가까이에서 듣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가비의 불행은 서서히 시작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무겁거나 하늘이 무너질 듯한 슬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이 시작되기 전에 가비의 가족은 따뜻한 사랑으로 뭉쳐 있었다. 학교에서 느껴지는 유대인 차별에 불안해하고 힘들어 할 때 가비의 아버지는 가비에게 왜 독일인들이 유대인을 못살게 구는지 알아듣기 쉽게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신다. 그리고 가비를 언제나 안전하게 지켜 줄 것을 약속하신다. 그런 든든한 아버지의 죽음은 가비의 가족에게 크나큰 슬픔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유대인에 대한 박해는 날로 더 심해져 가고 있었다.

내가 어릴 적 까만 보자기로 아파트 창문을 가리고 촛불을 켜놓고 불안에 떨며 뜨개질을 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창 밖에서 총알이 빗발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잠 못 이루던 밤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을 텐데 그 때 아버지는 업무상 며칠 집을 비우실 때였다. 어머니는 며칠 동안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셨다고 한다. 주위의 친구네 가족들은 시골 동네로 잠시 몸을 피하기도 했다. 어떤 집은 밤사이에 창문에 총알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어린마음에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조금은 좋아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때가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던 해였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그리고 불안에 떨었던 어린 마음이 다시금 솟아올라 왔다.

어린 소녀들의 강제 이송 소식은 가비와 가비의 어머니에게 다시 한 번 큰 시련으로 다가온다. 산골 마을 대신 찬장에 숨어서라도 어머니와 헤어지기 싫어했던 가비. 찬장 안에 숨어 있으면서 다시 아버지의 사랑을 느낀다. 끝까지 가족과 함께 했기에 2차 세계 대전이라는 폭풍우 속을 꿋꿋하게 버텨 냈을 것 같다.

인종 차별에 따른 학교에서의 폭력, 권리와 자유의 상실, 우정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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