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맨, 천국을 만나다
다니엘 타멧 지음, 배도희 옮김 / 북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그의 글은 시를 읽는 듯, 신선한 봄 내음을 맡는 듯, 겨울날 양지바른 곳의 햇살처럼 편안했다. 그리고 그의 글들은 솜사탕처럼 내 마음에 녹아들었다. 그는 자신의 힘들었던 시기를 아주 자세히 그리고 담담하게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과의 다름에 대해 분노하거나 이상하게 여기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타인에 대해 알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다니엘 타멧은 자신과 같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이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이 세상과 소통 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줄곧 다니엘의 부모님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 아들이 남과 다른 점을 알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갔다.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내 아이가 남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믿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다니엘 타멧’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그의 부모님은 정말 위대해 보였다. 만약 부모님의 응원이 없었더라면 다니엘은 혼자 힘으로 그 무엇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라고 모든 걸 이해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의 부모님은 넉넉하지 못한 형편 속에서도 아들을 배려해 주고 항상 격려하는 말을 해주었다. 다니엘 타멧은 간질 진단을 받은 자녀를 둔 부모님께 꿈을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자녀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믿음이 자녀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강조와 더불어. 그러한 부모님의 믿음 속에 오늘의 다니엘 타멧이 존재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가 숫자에 대해서 생각할 때 그의 눈은 행복에 빛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딱딱하기만 하고 머리 아픈 숫자들에 대해서 그토록 아름다운 표현과 색상을 떠올리는 능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그는 초조할 때 숫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진정된다고 했다. 사실 그가 숫자에 관해 설명한 부분은 내 사고능력 밖이라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만큼 숫자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고 그들만의 특징임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부러워 할 만큼의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는 반면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다니엘 타멧의 학교생활은 어떻게 생각하면 어둠만 계속되는 길고 긴 터널과도 같았을 것이다. 가끔씩 만나게 되는 친구들은 터널 틈으로 비치는 햇빛이 되어주었다. 그러한 햇빛이 있었기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릴 적 다니엘이 형제들과 함께한 다리미 놀이에도 따스하고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다니엘이 리투아니아로 자원봉사를 갈 결심을 하게 되었을 때 내심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길눈이 어둡고 갑작스런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가 리투아니아에서의 생활을 잘 해 나가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고 대견스러웠다. 그 후로도 다니엘은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한다. 각 장별로 다니엘은 숫자에서 연상되는 그림을 그려 놓았다. 8장은 동그라미가 점선으로 세 개 그려져 있는데 그 것들은 가운데에 보석이 박힌 반지처럼 생겼다. 8장에서 다니엘은 닐과의 사랑을 말한다. 우리가 게이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을 희미하게 만든다. 다니엘이 닐과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그의 부모님은 아들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러한 태도에 부모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하는 내 자식들일지라도 주변의 눈을 의식하기에 그러한 기준에 맞춰 자식들의 행복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닐과의 사랑은 다니엘을 더욱 더 발전시킨다. 끊임없는 이해와 믿음과 배려. 이러한 것들이 그들 사이에 존재하기에 그들의 사랑이 더욱 믿음직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다니엘은 이제 가족들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다니엘이 지금 이렇게 되기까지 주변사람들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듬뿍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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