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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ㅣ 밀란 쿤데라 전집 10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읽었다. 그 작품은 바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그가 매우 저명한 사람이라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오히려 유명작가의 소설이 나를 실망시킨 적이 더러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었다. 그리고 그의 책을 읽기 전부터 얕보았던 내 자신을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 두번 째로 읽게 된 작품이 바로 이 책, <향수>다.
역시나 내 기대 이상으로, 그는 특유의 전개방식을 사용하며 이야기를 더욱 더 심층적이고도 입체적으로 만들어나갔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그는 진정한 '예술가'다. 그의 문체와 같은 외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더욱 더 풍부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 그저 '먼 나라' 체코'에서 망명한 사람들이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어딘가'로부터 도망친 사람이라면, 혹은 '어딘가'에서 끝까지 남아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미묘한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는 일제강점기에 해외이민을 간 우리 조상들이 떠올랐고, 그 다음으로는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나는 주로 남아서 '지킨'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속으로는 남모르는 우월감이 있었다. 난 너처럼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았어. 고통은 함께 나눴어야지. 넌 내가 여태껏 지켜온 자리에 다시 밥숟가락만 얹는 꼴이구나. 이런 소리 없는 책망을 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고향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 '향수'와 고향과 고향사람들이 주는 고통과 이질감 사이에서 그들 역시 고통받았음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낀다. 인간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내 마음을 콕콕 찌르는 듯 하였다. 고향에 대한 지극한 그리움과 귀소본능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 중 하나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