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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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을 다녀온 후의 일이다. 10여년 전 가을, 신춘 문예에 응모할 원고들을 싸들고 찾아간 태백은 내게 세상 끝과도 같았다. 태백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태백에서 내 일과는 간단했다. 시를 쓰는 일, 책을 읽는 일. 그리고 간단히 끼니를 때우려 순대를 먹었다. 그리고 책은 여관 근처에 있던 한 병원 벤치에서 읽었다.  - 운다고 달라지느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박준) p.175

 

책을 읽으며 반가운 순간이 있다. 내가 가본곳, 아는 곳의 지명이 등장할 때인데

이 시집에서는 우연히 시인이 태백을 다녀온 이야기가 실려있다. 태백은 전혀 나와 관련없을 것 같은 도시였는데, 이제는 태백이나 정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번쩍뜨이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마음이 건조한 듯 덤덤하게 우리의 삶을 훑고 있다. 그런데 읽는 와중에 마음은 무겁고 시인이 덤덤히 쓴 말조차 마음을 울리는 구절이 많다.

 

살아가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거나 내 마음대로 일이 잘 되지 않고 마음이 괴로운 시기의 사람들에게 내가 겪는 마음의 고통과 힘든 상황은 나만 가지고 있는 일이 아니구나를 깨달으며 그 힘듦을 나눠가질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유독 마음에 드는 구절을 꼽는다면, 시인이 김선생님과 일화를 기록한 부분인데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더없이 사소한 일이고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상대가 누구근 간에 정중함과 예의를 잃지 않는 선생님의 태도를 좋아했다' 라는 부분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가 상대가 구든 간에 정중함.. 예의를 갖추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세상이 좀 더 살아갈 맛 나는 곳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부터 실천해야겠지만 말이다.

 

살아오면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맞이해야 할 때가 많았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로 마음 앓던 날도 있었고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에는 스스로를 무섭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무겁고 날 선 마음이라 해도 시간에게만큼은 흔쾌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여긴다.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기도 하며, 나는 이 사실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 P186


"고독과 외로움은 다른 감정 같아.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일 텐데, 예를 들면 타인이 나를 알아주니 않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외로움일 것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 P51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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