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로 다시 태어나 만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일이다. ...
나는 내가 사랑하는 너 아닌 그 어떤 너도 상상할 수 없고 사랑할 자신도 없다. 이승에서 너를 사랑했던 기억, 그 기억을 잃고 싶지 않다.
그러니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네가 나를 기억하며 오래도록 살아주기를 그렇게 오래 오래 너를 지켜볼 수 있기를.
살고 살다 늙어 버린 몸을 더는 견디지 못해 결국 너마저 죽는 날, 그렇게 되는 날, 그제야 우리 같이 기대해보자." -p.173
아무 내용도 모르고 읽게 된 소설.
최진영이라는 작가님도 잘 모르고. 그저 얇고 가벼운 소설으로 연휴에 읽어보고자 집어 들게 되었다 문장은 짧지만 결코 내용은 가볍지 않다. '구'와'담'의 사랑이야기. 담에게 '구'는 너무 사랑한 대상인 나머지 '구'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 살아있는 동안 영원히 '구'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에, 상상도 못할..눈을 의심할 일을 저질러버린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놀랍기도 하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한데... 끝까지 책장을 덮는 순간. '담'에게 구의 의미는 무엇이었지 가늠해보게 된다.
이모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무한한 사랑을 주던 이모와 담이의 일상 대화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루어질 수 없을 때, 우리가 이 생을 다 살고 죽고 난 이후 다음 삶에서는 다시 태어나서 그 사람과 다시 만날 수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나에게 다시금 드는 생각은, 지금 현재 여기 삶을 소중히 여기자는...요즘 늘 생각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렇다.
구의 증명..책은 얇은데, 책장을 닫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끈기 있게 대답해주던 이모는 결국 화를 냈고 나는 울었다. 울면서도 모르는 게 죄냐고 물었다. 이모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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