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나동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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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창래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이다.

단 다섯 작품으로 노벨상 후보에 떠오르는 샛별이 된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친구 둘이 들어간 연세대학교의 석좌교수라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나는 원래 여행을 무서워했다. 어디론가, 가까운 곳일지라도 무서움을 느끼곤 한다.

이는 병의 지배 탓일 수 있으나 8할은 겁이 나서이다.

예부터 어른들은 말씀하신다.

-세상은 위험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그래서 공부를 하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맞다. 그 말이 옳다. 공부며 체력 다 옳다.

그러나 세상은 정말 위험하고 나쁘기만 할까?

이 책에서 그 답을 구해보자.

 

질문에 답을 하기 전 책의 배경을 소개하자면,

 

이 책의 배경은 미래로 여기선 미국이 세 지역으로 나뉜다.

차터/ B-모어/ 자치주.

주인공 판은 B-모어 사람이다. 그녀는 잠수부로 키는 150cm 정도로 왜소한 소녀이다.

그에겐 그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하는 레그라는 청년이 있다.

레그와 판은 서로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아갔다.

그러나 그 둘에게 불행이 찾아오니 사건의 시작은 레그의 실종이다.

 

이 책의 발단은 레그의 실종이다. 판은 레그를 찾아 차터로 가게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며 평생 갇혀 지낼 수 밖에 없는 B-모어 인

판에게는 차터로의 여정이 비단 고난만이 아닌 모험이고 경험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판은 레그를 찾아다니면서 많은 일을 겪게 된다.

그녀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녀를 괴롭히고 이용해 팔아먹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속고 속았다. 판에게 호의를 베풀어 그녀를 구해주고 먹여주고 재워 준 사람이, 단 몇 쪽을 못 넘겨 그녀를 속이고 괴롭히기 때문이다.

이런 줄거리에 작가는 미래를 불온정한 사회로 구상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미래를 단지 악으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판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등장하고 그 등장은 판을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 판은 흥미롭다.

 

-그녀를 자주 만난 사람들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녀를 도와주었다는 사실-338p

 

판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들을 볼 때 판은 복이 많은 소녀이다.

알고 보니 판은 B-모어를 떠났을 때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판이 우리를 남겨 두고 떠났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 희망도 의식도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만난다.

 

-B- 모어를 떠난 첫날 밤에 퀴그의 차가 그녀를 치고 부상을 입혀 안식처와 음식을

갖춘 장소로 데려온 것은 터무니없는 행운이거나, 운명이었다.-

 

판이 가는 곳 마다 꼭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등장한다.

험난한 세상에도 결코 혼자일 수 없는 그녀다. 왜 그녀를 그리도 돕는걸까?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숨겨진 비결이 있는가? 아니면 미인계인가?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대목이 있다.

미래는 판을 필요로 했다. 왜 일까?

 

수십 년 동안 그들은 두려운 C-질환의 모든 징후에 대비해 약과 치료법을 개발해 왔지만 여전히 완벽한 예방법도, 예방 접종도, 궁극적인 치료법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들의 과학과 의학 수준이 낮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그들이 도달하지 못할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그들이 가진 철학의 결함 때문일까? 둘 중에 어느 쪽이든 간에 그것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끼니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주택, 전기와 물, 학교와 훈련 센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의 병원은 어떻게 되는 걸까? 어떻게 우리는 공공의 행복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인가?

진실은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이다. 상상하고 예상 한 대로 우리는 사실 지속 불가능한 설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판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우리는 아이디어와 사람 양쪽 측면에서 그녀를 필요로 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내면에는 우리를 구조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미래, 차터와 B-모어 사람들, 심지어 자치주에 사는 외면당한 영혼들의 미래의 씨앗이었다. 그리고 그 씨앗은 지금 퀴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다.- 158p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뭔가 이해는 안 되고 읽어도 읽는 것 같지 않아 답답했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넘어가자 묘한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특히 판이 위험해질 땐 긴장되다가도 그를 돕는 차터 인을 만날 때면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줄곧 소설 속 인물이 판에게 선인일까 악인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이 부분은 무슨 의미일까? 판의 모험과 차터인 그리고 판이 필요한 이유.

그것을 알아내고자 골똘히 고민해 보아도 그 답을 찾진 못했다.

아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레벨의 책이니 그랬는지 모른다.

 

서평 초반에 물었던 질문에 답할 때가 되었다.

 

미래든 현재든 그리고 옛 과거든 간에 선인이 있고 악인이 있다.

우리는 선인만을 찾아다니고 그들과 어울리려 하지만 우연치 않게 악인을 만나 삶의 수렁에 빠지고 다쳐 힘들어한다.

그러나 사회라는 게 악인과 선인의 공존이 필요하다. 권선징악이란 사자성어가 있듯 항상 선과 악은 공존하였고 우리네 삶에 뿌리 깊이 박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부님이나 스님들과는 다르게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 막상 앞에 닥친 일에 근심하고 고민한다.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일까? 아니면 나를 돕는 사람일까?

사실 내 아버지도 줄곧 그 고민만 해온다.

그러나 이창래 작가는 우리네 삶에 속속히 박혀 있는 선인이 있으니

어딜 가나 우리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우릴 도와줄 사람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이 책을 통해 얘기한다고 본다.

 

마치며, 만조의 바다 위에서를 다 읽고

개인적으로 아쉬었던 점은 작가가 말하려는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받았음에도 다이달로스의 미궁에서 나오지 못한 격이다.

또한

이 책을 평가하기엔 내 역량이 부족하다 여겼지만 작가의 숨겨진 의도를 알아내고자

열의를 다한 모습이 흐뭇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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