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긴 여행
배지인 지음 / 델피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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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지인 작가가 지은 <짧고도 긴 여행>은 군인의 아이로 태어난 한 여성의 짧지만 강렬한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총 3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이 구분은 지리적, 공간적인 배경에 따라 나누어져 있습니다.

파트1 '섬의 아이'는 주인공 유민의 유년시절을 담고 있습니다. 해군인 아빠와 엄마가 백령도로 임신한 상태로 오게 됩니다. 육지에서 출산을 할 계획이었지만 갑작스런 북의 도발과 거친 날씨때문에 유민의 엄마는 육지로 가지 못하고 섬에서 아이를 낳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유민이라는 딸 아이입니다. 그녀는 유일한 친구인 지호와 유년기를 즐겁게 지내지만 아버지가 바다에서 실종이 되자 엄마와 함께 섬을 떠나 육지로 오게 됩니다.



파트2. '타인으로부터의 구원'은 짧은 직장 생활을 마치고 파리에서의 유학 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다리부상과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에 의한 트라우마 때문에 그녀는 30년만 살고 세상을 떠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떠난 파리에서의 유학 생활은 순탄치 않습니다. 그것은 플랫메이트들의 의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레바논 출신의 야스민과는 허물없이 잘 지내지만 미국에서온 앤은 자기의 기준을 세우고 남이 그것을 지키지 않을때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이 불편한 생활을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제이미라는 남성의 등장입니다. 제이미는 비행기에서 그리고 낯선 고인의 장례식에서 우연하게 만났는데 세번째는 그가 일하고 있는 마트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둘은 운명이라 느끼고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유민이 런던으로 취직이 되는 바람에 서로의 관계가 소원해집니다.

파트3. '해수면의 경계에서'는 런던의 생활과 더불어 이집트 출장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본격적인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파트입니다. 제이미와의 이별로 또 다시 정신적으로 힘겨웠던 유민은 이탈리아인 동료 마르티노와 이집트 출장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다이버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소녀 무덤의 전설'을 듣게 되면서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그녀는 출장을 마치고서 또 다시 이집트로 향하고 다이빙을 배우고 '나르코시스'라는 위험한 중독을 각오하고서 어떤 존재를 만나기 위해 다이빙을 하게 됩니다.


90년 통독, 94년 김일성 사망 등 주인공 유민과 그의 어머니가 겪었던 당시는 모든 것이 불안정해 보였습니다. 비교적 안정된 곳으로 그녀는 떠나지만 그곳은 개인의 관계에서 오는 불안정이 존재했고 결국 유민은 트라우마의 핵심이 되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하려 합니다.

엔딩부분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지만 그녀가 찾는 존재는 확실히 누군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딱 30년만 살겠다는 그녀의 작은 포부(?)가 이루어졌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힘들어했던 것에서 도망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는 용기가 바로 이 소설의 주제이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어렵지 않은 문체로 잘 읽혀지는 소설이었고 인물 간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리얼함이 좋은 소설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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