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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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조선 후기 최고의 학자를 말하라면 첫번째 손가락에 뽑힐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다산 정약용입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자선어보>에서도 잠깐 등장하지만 그는 정치적인 희생양으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유배자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유배지에서 수많은 책들을 짓고 후학들도 양성했지만 1표 2서라는 3권의 책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1표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경세유표> 2서는 그 유명한 <목민심서>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흠흠신서>입니다. <흠흠신서>는 형법과 판례 등에 대한 다산의 비평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3권 분립이 아직 안 되어있는 조선시대의 법체계와 형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고요.

가장 첫번째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명 '윤덕규 사건'인데요. 첩의 두아들에게 폭행당하다가 사망한 아버지 윤덕규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망 후 38일이 지난 후 윤덕규의 친아들들이 첩의 아들을 복수한다는 목적으로 살인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각 형조판서, 형조참판, 형조참의의 의견서를 왕에게 올리고 왕은 이를 바탕으로 벌을 내리게 됩니다. 당시의 왕이었던 정조는 의견서를 참고는 하지만 결국 자신의 결정으로 벌이 내려집니다.

많이들 알다시피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끔찍한 죽음을 경험한 봐 있지만 그런 경험때문인지 정조는 친아들의 잔인한 복수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구점(사망 38일 후에 복수)이 있지만 비교적 강하지 않은 형벌을 줍니다. 이에 대해 다산은 냉정히 그 상황을 해석합니다. 일부 정조의 생각엔 동의하지만 친아들의 잔인한 복수(표현하기도 힘들정도)에 대해서 따로 떨어뜨려놓고 형벌을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식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정조, 다산의 의견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조선은 유교사상이 팽배해있던 시대라 남성이 비교적 유리한 판결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는데 예를들면 시아버지와 남편이 아내를 살인한 사건에서 남편은 사형을 받지만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윗어른에게 대들었다는 명목으로 태형에 그칩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유교권 문화에선 이런일도 벌어졌더라고요.

시대의 천재인 학자 다산은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더불어 그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도 애민정신으로 똘똘 뭉친 정조와 다산 같은 인물이 좀 더 배출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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