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이은정 -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
이은정 지음 / 포르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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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쓰는 사람, 이은정>은 작가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에세이집입니다. 그 만큼 자신의 삶을 그대로 여과없이 보여주는 수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사 생활을 하다가 조금 늦은 나이에 자기가 꼭 하고 싶은 일인 작가가 그녀에겐 운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당신과 온기를 나눈다는 것><나의 오늘에 충실할 것><나에게 말을 건 생각들><슬픔을 딛고 다시 삶으로>이렇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 마을로 내려가 맘에 드는 집을 찾았지만 대출금이 모자라 계약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저자에게 선뜻 집을 내어준 집주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그녀가 거주하는 '공간'이 이 수필에서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됩니다. 그녀가 맘에 드는 곳임과 동시에 그녀는 이방인이고 그녀에겐 낯선 곳이니까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작가에겐 여러모로 글쓰기에 큰 동력이 될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장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마음 수리공>이었는데요. 수리공 아저씨가 그녀의 집에서 가스 등을 고쳐주면서 나눈 대화에서 자신은 '수리공' 작가에겐 '마음 수리공'이라고 칭하며 좋은 글 많이 써 달라는 얘기를 나눕니다. 이러한 소소한 일들이 아마도 그녀가 글을 놓을 수 없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2장에선 <완벽한 날은 없다>라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날씨도 좋고 잠도 잘자고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오전의 일상이었는데 까마귀의 울음과 새똥(?) 공격으로 그녀의 완벽해 보였던 일상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날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운수 좋은 날>처럼 완벽한 날은 잘 없는 것 같습니다.



3장에선 <경찰에서 진술하던 날>이 떠오릅니다. 그녀가 8살때쯤 시신을 목격하고 경찰서에서 진술을 했는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기질을 뽐내던 모습을 보여줍니다. 놀랄법도 한 그 상황을 나름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경찰들에게 진술하는 과정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4장에선 <빨간색 이불을 사야겠다>가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가 친언니를 먼저 떠나보내고 언니의 옷들을 태우면서 원래 좋아했던 흰색을 싫어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아픔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그 동안 쌓여있던 취향이 바뀌게 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 뿐 아니라 수필로선 당연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데 <목마른 사람이 떠다 먹으면 됩니다>라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쓰는 사람, 이은정>은 결국 4장 마지막 <끝까지 작가로 살기로 했다> 바로 이것을 이야기하기위해 이 책을 쓴 것 같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힘을 얻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자신을 만난 적도 없는데 그녀의 글을 사랑해주고 심지어 건강까지 걱정해주었습니다. 권태나 번아웃이 오는 순간마다 그들을 떠올린다는 그녀. 다음 작품은 어떤 작품일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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