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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권비영 작가의 <하란사>는 밀리언셀러인 <덕혜옹주>와 같은 시대인 20세기 초반,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작가의 전작이 워낙 성공한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10년전쯤에 읽었던 기억이 나고 영화도 허진호 감독의 연출로 만들어졌었습니다. 물론 영화도 손예진의 주연으로 대성공을 거두었고요. 작가의 차기작이라 엄청난 기대감을 안고 읽었습니다.

<하란사>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입니다. 전작 <덕혜옹주>도 같은 구성이었습니다. 하란사란 인물은 우선 이름부터 독특한데 원래 이름은 김란사였는데 남편의 성을 따라 '하'씨 성을 붙이고 란사는 세례명 '낸시'를 한자 음역으로 쓰면 '란사'라고 해서 이름이 '하란사'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로 들어가면 주인공 하란사와 그녀의 절친 화영, 그리고 황태자 이강과 심부름꾼 병수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야기는 시간 순서대로 흐르지 않습니다. 초반엔 회상하는 형식으로 하란사의 짧은 일생을 정리하듯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병수가 화영에게 소매치기를 하다가 하란사와 만나는 장면으로 변환되면서 그들의 젊은 시절로 돌아갑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하란사와 화영인 절친이 되는데 그녀들의 남편은 나이 차이가 꽤나 나이도 해서 젊은 두 숙녀들은 좀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듭니다. 호탕하고 정의로 가득찬 하란사는 '구더기 같은 놈(년)'을 입에 달고 삽니다. 이강에게 안 좋은 소문을 들었던 그녀는 미국 유학시절 그를 처음 대하는 자리에서 황태자임에도 함부로 그를 대하기도 할 정도로 '욱'하는 성격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녀의 이런 열정과 이강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한 하란사는 이미 결혼한 몸임에도 그를 향한 여러가지 감정을 갖고 살아갑니다.

하란사의 메인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가끔씩 하란사의 남편인 하상기에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가 없었더라면 아마 하란사도 지금처럼 기억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었던 그도 이강의 출현이후 맘 고생을 하지만 결국 그녀가 원하는대로 해줍니다. 어쩌면 필요에 의한 희생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전지적 3인칭 시점으로 씌인 이 작품은 아마도 <덕혜옹주>를 재미나게 읽었던 분들이라면 반드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일 것입니다. 캐릭터들도 비슷한 면이 있고 무엇보다 비슷한 문체로 이루어진 작품이라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과연 <덕혜옹주>만큼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영상콘텐츠로 이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