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도자 없는 어려운 개인 생활을 영위해야 한가는 것, 누구에게서도 지령을 받지 않고 명령이나 지휘도 더 이상 나에게 내려지지 않으며, 참조할 수 있는 어떠한 포고령도 없게 될 것을 예감했다. 간단히 말해 이전에는 알지 못한 삶이 내 앞에 놓인 것이다. -86쪽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이런 태도 -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따라갈 어른(지휘자)이 없는 상태 -를 한심하게 보지만, 아이히만의 태도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태도이다. 나 역시, 연령대에 따른 과업을 성취하지 못 하며, 앞으로도 못 할 것을 알고나서 느꼈던 좌절감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 두려움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른 카테고리에 들어가게 됐다는 점과, 따라할 과업 혹은 모델이 없다는 데에서 기인했다.
생각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더위에 지친 여름에 슬슬 읽기 좋다.
알라딘 덕분에 저의 독서를 돌아보게 되었네요. 독서생활 통지표 받은 기분이에요. 재미있고 신선합니다!
이것은 말년의 양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깨달음과 즐거움 간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 둘 모두를 그대로 드러내는 힘은 말년의 양식의 특징이다. 반대 방향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두 힘을 긴장 속에 묶어둘 수 있는 것은,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오류 가능성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노년과 망명으로 인해 신중한 확신을 얻은 예술가가 가진 성숙한 주체성이다. -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