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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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들은 뜻을 알 수 없는 채로 생겨난다고 그가 말했는데 정확히 그렇다. 어떤 감정이나 감각들은 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몸으로 표현되고 기억에 각인된다. 예를 들어 나는 아직도 내첫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처음엔 ‘안녕‘쯤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 뜻을 알고 싶어 가끔 주먹쥔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어깨를 펴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주머니를 아래쪽으로 꾹꾹 누르면서 또박또박 걸어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가 그 말을 할 때, 그 말을 계속 진행시킬 때, 무엇인가가 드러나기보다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걷는 행위 속으로 사라지는 무엇이 보인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작게, 점점 작게, 주먹 쥔 손의 작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점멸하며 살아 있다. 모든 건 사라지지만 점멸하는 동안은 살아 있다. 지금은 그 모호한 뜻만으로 충분하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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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ㅣ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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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선가 고래 한 마리가 숨을 쉬고 있다. 그렇게 쓰자 우리 앞에 파란 바다가 펼쳐졌다. 우리는 파도를 견뎌낼 것이다. 우리는 작은 새들이 거친 바닷바람 위로 가볍게 놀듯이 떠오르는 것을 배울 것이다. 우리는 고래처럼 멀리 갈 것이다. 도리가 없지 않은가? 다른 방법이 없다. 하기로 한 일이 있다면 세상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해야 한다. 지금 해야 할 일, 그 일을 잘해내야 한다. 너무 큰 기대는 말고, 거창한 의미 부여 없이. 예측불허를 견디며, 그 일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해야 한다고 믿으며. 나는 네루다의 말처럼 이런 "슬픈 눈동자를 보면서 꿈꾸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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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 / 봄아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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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흐름이 있고 순간이 있고 영원이 있습니다. 긴 흐름과 나의 흐름을 맞추어볼 수 있을까요? 순간에서 영원의 한 자락을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영원히 기억하는 순간들은 있지 않을까요? 단지 우리는 그것을 종종 부정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가 시간을, 경험을 잃어버리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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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 / 봄아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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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느 날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결합의 중요성에 대해서요. "난 너랑 결합하고 싶어!"라고 외칠 때 우리는 은연중에 압니다. 네가 없다면 네가 빠져있다면 우리도 한 점, 중단된 가능성에 불과하다는 걸요. 우리는 무엇인가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것은 결속입니다. 내가 누구랑 만나서 어떤 전면적인 접촉을하고 결속을 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린 것입니다. 그것이 형식)입니다. 그것이 만남입니다. 내 안에는 내가 다 쓰지 못한, 다 표현하지 못한 강렬한 힘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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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 / 봄아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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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데라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그 리듬을 듣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매순간 삶의 시간이 끝없이 계산되고 있다는 것을 환기해주고 있으니까. 그러나 가장 훌륭한 음악의 거장들은 음표로 자기만의 시간 구조, 즉 자율적인 시간 구조를 만들어냈다. 바로 누구에게나 있는 바로 그 리듬에 소소한 가치들을 부여하면서, 그 방식으로 예측할 수 없는 아름다운 리듬을 만들어냈다. 쿵 쿵 쿵에 의지하면서. 그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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