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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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비극 말이다.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에 맞춰, 비극을 상연하는 무대의 커튼은 스르르 위로 말려 올라간다. 죽음만이 그 커튼을 다시 내릴 수 있는 지겨운 공연. 앙코르도 받을 수 없는 단 한 번의 공연. 할 수 있는 일은 이 비극이 황홀해지도록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듯이 황홀함에 대한 척도도 물론 다르다. 모두 자기 방식대로 내용을 완성하고 자기 주장대로 형식을 이끌어간다. 평가는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는 신이 내린다 해도 절정을 느끼는 것은 삶의 주인공인 바로 우리다. 황홀함은 다른 모든 것은 다 절대자가 관장한다 하더라도, 그 감정만은 우리가 소유한다. 인간이 움켜쥘 수 있는 유일한 것, 그래서 모든 비극은 황홀감을 지향한다.
p.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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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시선 437
황인찬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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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끝이 없다고 누가 했는지

파도에는 끝이 있고, 해변의 모래에는 끝이 있고, 바다의 절벽에도, 바다 절벽 위의 소나무에도, 파도가 깎아놓은 몽돌에도 끝이 있는데

아직 우리는 끝을 보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들 속에서 끝이 있는데도 끝이 나지 않는 날들 속에서

사랑을 하면서
계속 사랑을 하면서

우리는 어딜 둘러봐도 육지가 보이는 섬의 해변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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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시선 437
황인찬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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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같은 것은 그냥 아무에게나 줘버리면 된다.
이 시집을 묶으며 자주 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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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선을 다했다. 소영도 그랬다. 아람도 그랬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떠나거나 버려지거나 망가뜨리거나 망가지거나, 더 나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더 나빠졌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었다. 나는 이제 읍내동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읍내동을 벗어나고 싶었던 나의 소원도 이상한 방식으로 도래해 있었다. 언제 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쉽게 녹아 사라지진 않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상하고,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좋은, 함박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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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슴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4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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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에게도 외로울 때가 있었다. 때때로 나는 단지 누군가가내 머리를 만지고, 감겨주고, 목덜미에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미장원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그 상태로 시간이 갈수록, 나는 외로움에 지치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고 강해졌다. 생채기 위로 세월이 덧쌓였다. 묵었던 상처를 뚫고 새로운 상처가 파이고, 그 위로 다시 굳은살이 박혔다. 어떤 환부에는 약도 시간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오로지 익숙해지는 것으로만 잊을수 있는 통증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나에게 맞는 직장에 들어가 일을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오히려 나를 지켜주는 것이 그동안 나를 결박해온 그 어둠이라는 것을 알았다.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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