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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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올여름처럼 애가 타게 하고 싶었다. 죽을 것 같겠지만 미칠 듯이 짜증나겠지만 그럼에도 견뎌달라고, 나와 같아달라고, 여름밤 다정했던 당신이 여름낮에도, 여름이 지나도 다정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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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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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책을 읽는 방식은, 책읽기를 하고 있는 당신의 방식은, 특별해요. 어떤 이는 책을 읽을 때 활자의 흐름에 빠져들고, 또 어떤 이는 먼 여행을 떠나지만, 당신은 책에서 받아들인 것을 주변에 차곡차곡 모았다가 즉시 그곳에 있는 다른 것들과 연결시키죠. 당신이 뭔가를 읽을 때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져요. 당신 어깨에 머리를 기대요. 당신에게 읽기가 관 찰의 한 형태라는 건, 뭔가를 읽을 때 당신의 볼을 보면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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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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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텅 빈 밤에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나면, 커다란 무언가가 내게 찾아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침묵은 언제나 처럼 압도적이죠. 내가 받는 것은 당신의 응답이 아니에요. 있는 건 항상 나의 말뿐이었죠. 하지만 나는 채워져요. 무엇으로 채워지는 걸까요. 포기가 포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그걸 이해한다면, 우리에겐 두려움도 없을 거예요, 야 누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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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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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부모는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수없이 다짐하고 어렵게 감행했던 일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들, 사람들의 미움과 분노를 불러오는 일들. 그런 일들이라는 게 늘 뭔가를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항복하듯 두 손을 들고 침묵하는 편에 서게 되는 이유가 있다고 말입니다. 젊은 날의 결기나 기개 같은 것들은 스러지기 마련이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닐 거라고 말입니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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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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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이 무엇이든 그건 남일동에 살지않는 사람이 가질 법한 마음이고, 결국엔 흔한 동정심이나 위선에 불과하다고 폄하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밤 나는 정말 없애고 싶었습니다.
한 사람 안에 한번 똬리를 틀면 이쪽과 저쪽, 안과 밖의 경계를 세우고, 악착같이 그 경계를 넘어서게 만들던 불안을, 못 본 척하고, 물러서게하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게 하는 두려움을. 오래전 남일동이 내 부모의 가슴속에 드리우고 나에게까지 이어져왔던 그 깊고 어두운 그늘을 정 말이지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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