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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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두 사람이 함께한 이 여름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플로리언은 그렇게 말했다. 라이어의 어스름한 숲도, 올러리의 미로도, 라벤더나 나비들까지도. 그의 클룬힐, 그가 머릿속에 그려본 곳, 그리고 그녀의 셜해나. "모든 것이." 그가 말했다. 추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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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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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들은 뜻을 알 수 없는 채로 생겨난다고 그가 말했는데 정확히 그렇다. 어떤 감정이나 감각들은 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몸으로 표현되고 기억에 각인된다. 예를 들어 나는 아직도 내첫 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처음엔 ‘안녕‘쯤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그 뜻을 알고 싶어 가끔 주먹쥔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어깨를 펴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주머니를 아래쪽으로 꾹꾹 누르면서 또박또박 걸어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가 그 말을 할 때, 그 말을 계속 진행시킬 때, 무엇인가가 드러나기보다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걷는 행위 속으로 사라지는 무엇이 보인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작게, 점점 작게, 주먹 쥔 손의 작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점멸하며 살아 있다. 모든 건 사라지지만 점멸하는 동안은 살아 있다. 지금은 그 모호한 뜻만으로 충분하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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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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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디선가 고래 한 마리가 숨을 쉬고 있다. 그렇게 쓰자 우리 앞에 파란 바다가 펼쳐졌다. 우리는 파도를 견뎌낼 것이다. 우리는 작은 새들이 거친 바닷바람 위로 가볍게 놀듯이 떠오르는 것을 배울 것이다. 우리는 고래처럼 멀리 갈 것이다. 도리가 없지 않은가? 다른 방법이 없다. 하기로 한 일이 있다면 세상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해야 한다. 지금 해야 할 일, 그 일을 잘해내야 한다. 너무 큰 기대는 말고, 거창한 의미 부여 없이. 예측불허를 견디며, 그 일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해야 한다고 믿으며. 나는 네루다의 말처럼 이런 "슬픈 눈동자를 보면서 꿈꾸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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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 / 봄아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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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흐름이 있고 순간이 있고 영원이 있습니다. 긴 흐름과 나의 흐름을 맞추어볼 수 있을까요? 순간에서 영원의 한 자락을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영원히 기억하는 순간들은 있지 않을까요? 단지 우리는 그것을 종종 부정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가 시간을, 경험을 잃어버리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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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지음 / 봄아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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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느 날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결합의 중요성에 대해서요. "난 너랑 결합하고 싶어!"라고 외칠 때 우리는 은연중에 압니다. 네가 없다면 네가 빠져있다면 우리도 한 점, 중단된 가능성에 불과하다는 걸요. 우리는 무엇인가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것은 결속입니다. 내가 누구랑 만나서 어떤 전면적인 접촉을하고 결속을 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린 것입니다. 그것이 형식)입니다. 그것이 만남입니다. 내 안에는 내가 다 쓰지 못한, 다 표현하지 못한 강렬한 힘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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