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가 나의 집이 아니라는 막막함. 그러나 이 세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절망감. 길은 어디에나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나를 위한 길은 아니었다. 집을 갖지 못한 자의 구름 같은 떠돎에 자유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한낱 위안일 뿐이다. 나는 내가 이세계의 변두리를 한없이 배회하기만 할 것이라는 불온한 예감에일찌감치 사로잡혀버렸다. (「벌거벗은 젊음」, 산문집 『행복한 마네킹』, 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