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클럽

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단순히 '글을 쓴다'라는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지적인 활동으로서,
'글'을 창작해보라 하면, 갑자기 가슴이 턱 하고 막히는게
곧잘 '글'을 쓴다 치는 이들도 고개를 좌우로 저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도대체 '글'을 쓴다는건 뭘까? 도대체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늦깎이 학생마냥 책에 허겁지겁 빠지다보니, 자연스레 글이 좋아졌고,
나 또한 '글쓰기'에 대한 관심 또한 늘었지만, 글을 쓴다는것, 좋은 글을 창작한다는것,
기본적으로 글쓰기란 무엇일까? 라는 막연한 자문을 해보았지만 늘상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이러던 중에 '글쓰기에 대한 책' 이라는 소개로 활자를 읽어 내려가던
내눈을 반짝이게 만들기까지 했던 이책, 라이팅 클럽. 

"생활과 글쓰기는 절대로 병행할 수 없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늘 한쪽이 부서지고 깨졌다" 

 오로지 글을 써왔지만 별다른 수확이 없이 동네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는 김작가,
엄마의 사랑 대신, 글쓰기가 빈 마음을 채웠던 딸 영인. 이 모녀를 미치게 한 '글쓰기'
는 사실상 내가 만만하게 생각했던 '글을 쓴다' 라는 행동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인물들이다.
모녀의 삶 전체를 뒤덮고 있던 '글쓰기'는 내가 단순히 생각했던 글을 쓴다는 행동의 여유로운 흔적들은 찾아볼 수 없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에 이 책 라이팅 클럽의 두 주연은 삶을 대가로 하는 위험천만한 묘기라 답해준다.
처음 글쓰기에 입문을 시작한 영인은 j작가에게서 글을 창작하기위한 키 포인트를 얻게 되고, 묘사를 하기위해,
경험하기 위해 악착같이 답을 찾아가지만,  생활과 글쓰기의 병행은 언제나 영인을 애달프게 만들었다.  
그녀가 네일샵에서 주 6일 일하고 하루는 글을 쓰고. 미친듯이 쓰고
또 다시 미친듯이 글을 써 내려가는 모습은 정말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으리라.

 오로지 '글쓰기'만을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글을 쓴다고 행동하는 사이 우리는 무언가 보상을 원했던게 아닐까?
기가막힌 소설을 우연찮게 쓰고, 이로 인해 유명한 작가로 등단을 하거나,
독자의 사랑을 한껏 받는 어쩌면 지극히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을 말이다.
동네 아줌마들의 집합소가 되어버린 글쓰기 교실의 김작가나, 그저 글을 쓴다는 자체에 미쳐있는 영인을 보면
처음 글을 써서, 마지막 마침표까지 찍고 완성했던 내가 쓴 첫 글에 대해 아련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때 내가 무엇을 원했던것도, 누군가의 강요가 있던 것도 아닌,
그저 글을 쓴다는 자체가 주는 소소한 기쁨이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듯 싶다.
이 책의 작가 또한 영인과 김작가 두 인물을 통해서 글쓰기에 대한 첫 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이책은 확실히 종래의 글쓰기에 대한 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책중, 각종 비법이 아닌,
본질적인 '글쓰기'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기꺼이 답을 찾아줄 책이였다. 

 

19 29 39

19 29 39 - 열아홉, 스물아홉, 서른아홉 그녀들의 아슬아슬 연애사정! ㅣ 소담 한국 현대 소설 2
정수현.김영은.최수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그나이땐, 어떤 생각이였니?"

한남자와 세 여자, 당차고 무엇이든 무서울 것 없는 19, '결혼'이란 압박감에 노심초사 할 수 밖에 없던 29, 이젠 자신의 흰머리를 들키지 않았나 따위를 걱정해야하는 39, 그리고 세여자가 동시에 사랑한 한 남자. 그녀들, 19,29,39는 자신만을 사랑할 줄 알았던 '나만의' 남자에게 벼락같은 통보를 받게 된다. 자신말고 사랑하는 사람이 한명도 아닌 두명이나 더 있다는 이야기.

"나, 말할거 또 있어 나, 만나는 사람이 한명 또 있어"
"그러니까, 둘이라고? 아니, 나까지 셋이라고?"

이책의 작가 김영은 정수현 최수영은 각자 19,29,39 라는 캐릭터를 맡아 사랑했던 남자 '이한' 과의 첫만남과 이별, 그리고 먼 훗날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세명의 여자가 한남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삼자대면 하게 된 그날부터, 자신이 사랑했던 '이한'과의 관계가 정리가 될때까지의 나이대에 동감할 수 있는 19,29,39의 이야기들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완성했다.

19가 생각하기엔 너무나 이해 안될 29의 상황을, 39는 이해했다.
약혼자 29의 상황에 19는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나?'  39는 내떡이 아닌가보다. 29는 '약혼자니까, 당연히 결혼할 사이니까!' 삼자대면부터 시작되는 그녀들의 이처럼 나이대에 대한 다른 생각은 확연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꿈많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을 나이,내것을 빼앗아 가는 것이 싫다고 느꼈을뿐, 본심은 너무나 순진했던 19. 끝자리 숫자 9에 대한 압박감에 '결혼'이란 자격에 목마른 29. 이젠 아줌마란 소리에 뼈아픈지만, 사랑에 대한 마음만은 아직은 고이 간직한 39. 이책의 장점이자, 포인트는 역시나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이다. 

19살인 나는, 10년후 29살이 되고 또다시 10년이 지나면 39살이 된다.나이대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일을 뛰어넘어 19는 분명 10년후에 29의 대처방식에 대해 이해 하게 될것이고, 또다시 10년이 지난뒤엔 39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 사랑에 대한 방정식은 나에게 있어 사랑에 대한 해답일 수도 있다.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내가 그리 생각하게 될 그 10년이란 시간은 쉼없이 흘러가 분명히 찾아올것이라 생각하니 29살의 내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 또 39살의 나는 과연 잘 살아가고 있을까 따위를 막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쓰여진 칙릿소설류는 사실 그다지 읽지 않는다. 대부분 날림소설에 오로지 남는것이라곤 '읽었다'란 기억뿐이라 19,29,39 또한 칙릿소설로 처음 알았을땐 막상 흥미를 끌지 않은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남자와 세여자의 사랑에 대한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읽는 내내 너무나 여자로서 공감되는 이야기,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에 대한 해답들이 이안에 있었다. 한 순간의 읽기의 재미로 끝나지않고 이책은 여자로서, 사랑을 꿈꾸는 사람에게 있어 다시한번 지난날의 모습을 들춰볼 수 있는 계기가 된것 같다.

"오래된 연애도 이와 크게 다르지않다. 이한은 다른여자들을 만나면서도 다시 돌아올 내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과 그렇게 끝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장 그를 떠나서 마땅히 갈곳이 없었다. 그래도 더 이상 버틸수 없기에 그를 놓아버리려는 것이다. 그가 달콤한 사탕 한두개가 아닌 사탕 가게를 준다고 해도, 당근밭을 준다고 해도 모두 거절하고 도망치듯 그의 안에서 빠져나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 252 

한남자가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한여자가 한 남자만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혼하고 그런 공식들은 물론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무탈하게 보호해준다 하지만 그 공식들을 위반했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오히려 공식에 휘둘리면 자신의 선량한 감정을 올바른 의지를 깨닫지 못할수도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남자는 깨우쳤을까. 사랑을 배신하고도 의리를 보상하는 방법을. 그리고 세 여자 모두를 진심을 사랑하는 방법을. - 276

<발리에서 생긴>일을 보며 사람들은 조인성과 소지섭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하지원을 욕했지만, 나는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의 차이는 있겠으나 조인성과 소지섭 사이에서 누구를 택하고 누구를 버릴 거냐고 묻는다면 모두가 하지원이 맡았던 이수정처럼 행동할게 뻔했으니까, 어느 한쪽을 칼같이 자르고 어느 한쪽만 바라보는게 옮기는하다 하지만 그 옮음이 늘 맞는것은 아니다. -73

 

브리태너

브리 태너 - 이클립스 외전 ㅣ 트와일라잇 5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8월

 
사실 이책의 본편인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어야 했지만 이미 영상매채를 통해서, 흔히 네타격에 해당되는 포스팅을 통해서 대강의 줄거리와 요약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정말로 '대충'이란 표현에 알맞게 그만큼만 알았다.
책 내용을 빠삭하게 알진 않지만 이미 결말까지 알아버린 책에 대해, 읽기 곤란하다는 울상이 번진 얼굴로 책등만 바라보았던게 떠오른다.  

사실 이책의 본편에 대해 말하자면 이야기가 참 많다. 한쪽에서는 정말 재밌다라는 긍정적 의견과 또 다른 한쪽에서는 돈주고 보기엔 아까운 소설이라는 의견들.아마도 후자의 경우는 남자분들의 의견이 상당할 듯 싶은 예감이 든다.
확실히 하이틴 로맨스물 성향이 지배적인 본편을 읽는 대신 나는 쌩뚱맞게 외전격에 속하는 브리태너를 골라 읽었다.
스태프니 메이어라는 작가에 대해 알아가는 의미로서 중편의 소설이 나을것 같다는 개인적인 일순간의 생각탓에 내앞에 덩그러니 이 책 한권이 있었다. 

이클립스에서 등장하기 무섭게 사라졌다는 새내기 뱀파이어 브리태너의 뱀파이어가 된 직후의 일을 1인칭 시점을 통해서 서술된 이 책의 내용은'외전'에 딱 알맞는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햄버거를 원하나 꼬마?"라며 개그성 강한 멘트를 날렸던 라일리를 통해 미숙한 뱀파이어로서, 규칙을 배우지도 못한채 뱀파이어 군단의 한 일원으로서 '뱀파이어'라는 불완전한 존재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같게 되지만 역시나 미약한 브리는 결국엔 너무나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개인적으로 결말이 너무나 아쉬운 부분으로 남았는데 이클립스에서 이미 결말이 그렇게 난 상태였기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브리가 그간 집단내에서 생겼던 의문들과 생각들로 하여금, 만약 컬렌가에서 그녀가 보호받게 되었다면 아마도 새롭게 규칙을 익히고, 미숙했던 자신을 벗어버리고 새출발 할 수 있었을텐데, 또한 벨라와 친구도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선배로서 말이다.  

책이 주는 가벼운 문체덕에 단숨에 읽어버렸고,이탓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아버렸다. 그만큼 '브리'에 대한 캐릭터의 매력이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탐정클럽

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나는 추리소설을 상당히 좋아한다. 독서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할 무렵부터'추리'의 요소가 듬뿍 들어간 소설들만 줄창 읽었으며,어린아이 편식하듯 유독 그 장르만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추리소설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이름의 책들은 나의 독서기록에 있어 많은 분량을 차지했고, '추리소설'에 있어서 내가 가장 좋아라하는 셜록홈즈 시리즈 다음으로 그의 소설들에 빠져든것 같다. 이러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또 한번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을지, 이번엔 어떠한 사건들이 나를 다시금 긴장시킬지 궁금증이 커져만 갔고, 책이 오던 그날, 전부터 읽던 책을 도중 하차시키고 그의 책에 빠져든 것 같다.

히가시노게이고의 이번 신작 [탐정클럽]은 경찰도 혀를 내두르는 사건들을 척척 풀어나가는 탐정과 그의 조수가 있다. 그런데 이 탐정, 무언가 다르다? 여타의 탐정들, 정의감이 투철하다 못해, 얼굴은 달라도 매번 같은 인상을 주었던 그들과 전혀 다른 성격상을 띄고 있는 사립탐정의 모습은 우리가 늘상 알고 있던 '탐정'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이다. 누가 죽였는지 뻔히 알고도 경찰에게 수사협조를 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 노블레스 회원제로 이루어진 소수의 의뢰인들에게서만 움직여지며 늘 마지막에 찾아와 그간의 사건을 정리하고 충격적인 반전을 풀어도 이들은 매번 담담하다. 

"불필요한짓은 안하는게 저희의 신조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사건이란 의뢰로서 받은 '일'일뿐, 더 이상의 감정개입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늘 마지막, 사건의 해결을 말해주는 이들 덕에 [탐정클럽]의 다섯가지 단편들을 읽는동안, 누군가의 개입이 없었다는 점에서 나 또한 '과연 누가 범인일까' 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며 범인찾기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역시나 범인찾기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짤막한 단편의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게임은 역시나 즐거웠던 일이다.(내가 찾지 못해도 마지막에 탐정들이 사건을 해결해줌으로 그리 답답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위장의 밤,덫의 내부,의뢰인의 딸, 탐정 활용법, 장미와 나이프] 총 다섯편의 짤막한 사건들과, 도통 정체를 알수 없는 탐정들의 모습에 단편이 아닌 장편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막연한 아쉬움이 들기도한다. 단편으로서는 너무나 탐정의 개입이 적었을 뿐만아니라 결국 이름 하나 건질 수 없었다는 , 짧은 분량탓에 사건은 급전개되고, 글을 읽을때마다 툭툭 던져진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 책을 덮고난 후의 솔직한 심경이다. 하지만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 라는 이름에 걸맞는 소설이자 또 한번 흡입력있는 이야기 소재로 찾아온 그의 신간 '탐정클럽'은 읽는 매 순간 또 다시 '추리'에 빠져들게 해주었다.

카시오페아 공주

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카시오페아 공주 - 이재익

 

 
  작가 이재익 (출생 1975년)

  주요 작품 - 카시오페아 공주 / 질주질주질주/ 노란 잠수함

  현, 두시의 컬투쇼 담당 pd (2001년 sbs pd로 입사)


 

가끔 라디오를 듣는다, 일정하게 듣는 프로그램이 없어 이리저리 라디오 튜너를 돌려댄다. 그러다 명쾌한 웃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게 되자 주파수를 맞추던 손이 절로 멈춘다. 오후2시, 오전 일을 마무리하고, 느긋하게 점심을 마치고 가을볕에 몸을 맡기고 한때의 여유 시간을 가질때마다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진행자의 입담이라든가, 얼핏 들었던 낯익은 음악등은 잠깐의 안식이 되거나, 고단한 하루의 치유제 역할같다는 생각을 곧잘 했다.  그래서인지 [카시오페아 공주]의 저자가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의 pd라는 점을 눈여겨 본 점이기도 하다.

   

 
   [카시오페아 공주]의 삽화로 초현실주의 작가 마츠모토 사오리 (Matsumoto siori )의 작품들이 실렸다.


 

[카시오페아 공주]는 이재익 작가만의 독특한 개성과,구성을 엿볼수 있는 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저마다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사실 흥미로웠다. 짤막한 단편이라 하여도 작가가 그리는 세상은 다른 내용, 다른이야기일라도, 특유의 이야기 구성이나, 장르는 유달리 다르지 않았던 책들도 많았다.그러나 이재익작가의 [카시오페아 공주]외 4편의 이야기들은 애틋한 로맨스 요소나, 평범한 일상을 탈피한 판타지 같은 이야기, 조금은 음산하고도 섬뜩한 이야기들이 이리저리 결합되었다.

이러한 장르의 복합성은 이재익작가의 개성이 묻어난 다섯가지의 단편들을 단숨에 읽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다.

 

[카시오페아 공주]

'이봐요. 저, 사실 외계인이예요' 자신의 딸이 다니고 있던 영어학원 선생님이 외계인이라는 소재로 출발하는 이 단편은 과거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자신이 카시오페아에서 왔다는 외계인과의 만남을 통해 그간 자신의 마음속 깊숙히 불태우던 자신의 무능함에, 용서못할 자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에게 있어 카시오페아 공주와의 만남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죽은 아내가 보낸 천사일지도 모르겠다(?) 그만 아픔은 잊고, 자신을 돌아보라고, 과거에 얽매이기보단, 좀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114p 그녀에게 배웠다.이세상에는 우리 인생에는, 과학과 논리를 넘어서는 질서가 있다는 가르침을. 겪어 보지 않고서는  이해 할 수 없는일들도 있음을. 걸국은 용서가 증오보다 힘이 세다는 걸 

 

[중독자의 키스]

책의 마지막 단편이자, 나에게 있어서, 가장 좋았던 단편이였다. 죽어가는 남자와 갇혀있는 여자, 그리고 엿보는 남자

이 세사람의 이야기. 수아와 수인. 이 두사람의 관계가 안타깝게 다가왔다.  이름 그대로 갇혀있는 아이와 갇혀있는 인간처럼 정말로 사랑했던 마음을 가두었던 그 두사람이 첫 키스이자, 마지막 키스를 나누며 비로소 내면에 가두었던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되었지만 결국 남은건 후회와 아쉬움이라는 점이 애잔했다. 사실 엿보는 남자에 대해 조금 더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죽음에 중독된 수인, 영화에 중독된 수아, 스토킹에 중독된 그림자. 고독한자들에게 있어 빠져든다는것, 중독된다는것은 어쩌면 내면의 불안과 고독을 잠깐이나마  잊을수 있도록 해주는 치유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305p 참고있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10년동안의 세뇌에서 겨우 깨어났는데, 우린 겨우 첫키스를 했을 뿐인데,

 

물론 이뿐만 아니라 [섬집아기] [좋은사람] 이 두편이 주는 섬뜩함이나, [레몬] 이 보여주는 일상의 소소한 면은 읽는 내내 즐거웠다. 다만 단편의 짧은 분량 때문일까? 상황을 툭툭 던져주는 느낌과 이야기가 조금은 가볍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그렇기때문에 읽는 내내 거부감없이 다가갔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의 작품을 읽는 내내, 오랜만에 여러 다양한 장르를 접했다는 점,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를 다시금 일깨웠다는 점에 언젠가 다시금 [카시오페아 공주]를 꺼내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