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트
아네 카트리네 보만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말년에 진료를 그만두려는 72세의 노 정신과 의사와 한 특별한 환자의 이야기. 연애가 주제인 이야기라면 대부분 둘이 마지막에 만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날테고, 싸움이 주제라면 주인공의 승부나 무승부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진료를 마무리 하려는 정신과 의사로 시작하는 소설은? 클리닉을 닫으면 환자는 치료하러 오지 못 할테고, 그러면 소설이 성립이 안 된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서 어떻게 끝날까?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는 늙고, 외롭고, 단조로운 삶을 산다.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관성적인 말년이지만, 주인공은 외로움과 무력함을 느낀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은 진료수를 세아리고, 자신에 대해 무력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는 죽음과 노화에 대해 예상해보는 것 외에 은퇴 후 삶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비서가 그의 지시를 어기고 새로운 환자 예약을 받는다.

그 환자의 이름이 아가트이다. 처음에 그녀는 흔한 조울증 환자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녀는 조현병 의심도 받고, 조울증을 10여 년을 보낸 환자이다. 이 환자는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의 내면에서 그가 잘 모르고 지내왔던 인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끌어낸다. 주인공이 우울함과 외로움에서 허덕이는 전반부는 나도 같이 무력감에 빠져 허우적댔다. ‘이걸 내가 이러면서 읽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주인공이 서서히 옆집 사람, 비서, 모르는 사람, 자신의 환자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시작하며, 그가 새로운 생명을 얻듯이 살아난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속 주인공이 90세에 이르러 생선을 뒤집듯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저인 감동과 따뜻한 느낌을 받으며 소설을 다 읽었다.

아가트라는 환자는 어떻게 갑자기 짠~하고 나타났을까? 그녀는 자신을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진료를 피하려는 의사에게 매달리고, 비서를 설득하여 치료를 받게 된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가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확신하여 주인공이 부담스러워할 정도였다. 인간의 인연이란 이런 것인가?

우울한 정신과 의사와 우울한 환자로 시작하여,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의 변주된 감동을 느끼며 읽은 소설이다. 심리학자인 저자의 멋진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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