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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심리의 재구성 - 연쇄살인사건 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고준채 지음 / 다른 / 2020년 8월
평점 :
처음에는 이 책이 범죄자의 사고방식이 일반인과 어떻게 다른지를 다룬 심리학 서적이라 생각해서 읽게 되었다. 한국인 현직 프로파일러 분이 쓰셨다고 해서 내가 봤던 서양 심리학자들이 쓴 책과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은 제목과 내용이 조금 다르다. 제목만 보면 범죄자의 심리에 대한 부분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범죄자의 심리 뿐만 아니라 범죄 수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하는 노력 등 좀 더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프로파일러가 쓴)범죄 수사의 모든 것’과 같은 제목이 더 어울렸을 것 같다.
기대했던 내용보다 훨씬 흥미로운 내용이 많고, 생각할 것을 주는 책이다. 한국의 현직 프로파일러로서, 한국에서 프로파일러가 어떻게 자리잡고,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하게 되었는지, 실제 어떤 일을 하는 지에 대한 부분이 범죄자의 심리보다 재미없을 이유가 없다. 실제 범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프로파일러가 본 입장에서 넓게 설명해준다. TV, 영화 등에 매체에서는 주인공격의 프로파일러가 온 사건을 다 해결하거나, 형사가 프로파일링, 과학 수사를 다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역할을 세분해서 담당하고 있었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여러 가지 분석 기법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한국에서 심리 상담사, 프로파일러 등 범죄 관련 직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진로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씌여있다.
마지막 파트는 범죄 예방 노력에 대해 다룬다. 난 이 부분도 참 인상깊었다. 첫 부분에는 94년 외국의 한 주지사가 지하철 낙서를 줄였더니 범죄가 80% 정도 줄었다는 문구로 시작한다. 주위 환경도 범죄를 저지르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인질극, 자살극을 벌이는 사람과의 라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진압이 들어가면 사상자가 나기 쉬우므로, 가급적 당사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라포를 쌓아서 해결하는 방법을 지향한다고 한다. 나는 범죄자는 그저 구제불능한 해로운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으로 사회를 좀 더 안전하고 좋은 곳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이 책은 한국 프로파일러의 시선에서 범죄 수사의 모든 것을 다룬 내용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많으며, 한국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 사람들의 노고를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