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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그리스인 조르바 - 1952년 초판본 오리지널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스토리 / 2018년 12월
평점 :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과, 실제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다’고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4대 성인들의 가르침을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좋은 의도와 좋은 행동이 꼭 옳은 선택이 아니다. 이 괴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그가 생각하는 옳은 선택에 대해 설파하였다. 옳은 선택에 대한 책이 또 있다.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조르바는 65세의 젊은 노인이다. 책 속에서 처음 조르바를 조우했을 때는 당황스럽다. 당시로서는 노인에 해당하는 나이임이에도, 말과 행동을 보면 천방지축 젊은이 같다. 유명하고 존경받는 사람을 실제로 봤는데,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른 모습 같았다.
그의 명성은 관습과 편견에 매이지 않는 자유에서 기인한다. 그는 범죄부터 참전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신밧드의 모험말고는 책을 읽은 적이 없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유를 얻었다. 그는 조국을 위한 것이라는 전쟁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을 보고 조국을 버렸다. 자식에게도 집착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하나하나 짐을 벗어버리고, 온전히 ‘조르바’ 자신으로 태어났다. 인간 조르바 앞에서는 인생이란 힘겹게 걸어가는 것이 아닌, 마음에 따라 부르는 노래와 같다. 그는 그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산다. 평범하고 매일 보는 것이라도, 그는 처음보는 것처럼 감탄한다. 여러 여자를 만나지만, 자신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어도 꺼지지 않는 불꽃인양, 청년과 같은 생생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인생은 때때로 그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못 견디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굉장하면서, 한 편으로는 너무 이상하다. 조르바는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작중 내용과 비슷하게 자유와 인간에 대해 고민하는 저자와 광산과 관련된 일을 하며 함께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고 한다.
이 책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조르바가 내뱉는 말은 독자 자신의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심코 지나가는 한 마디 같아도 내가 보고 들은 상황에 대입해보면 꽤나 진리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독백을 비롯해 조르바의 대사 등 내 경험과 이해 수준을 뛰어넘어 잘 와 닿지 않는 부분도 꽤 있었다. 좀 더 나이가 든 후 다시 읽어보면 좀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