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노인과 바다 (양장) - 1952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스토리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노인과 바다

나이가 많고, 여러 가지 풍상을 겪은 노인과 끝없이 넓고 깊은 물인 바다. 간단한 제목이지만 노인과 바다의 말로 다할 수 없는 영원한 동지와 같은 느낌을 준다.

노인의 직업은 어부이다. 노인은 준비된 도구와 지식으로 무장하고 무방비 상태의 자연에 무기를 들이대어 착취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가 누비는 바다와 낚시하는 생선, 지나가는 새와 형제이다. 그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동지애를 느끼기도 한다. 어부라는 직업, 바다라는 공간과 그 속의 모든 것은 노인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다. 그의 삶의 터전, 존재 이유, 생명줄, 그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노인이 보여주는 그가 잡은 청새치와 대결, 동지 의식은 기사도를 떠올리게 한다. 낚시라는 행위를 다른 생물에 대한 폭력이 아닌, 자연의 섭리에 따른 먹이 사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바다, 인간, 새, 물고기가 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지가 되며, 내가 기원한 대자연의 품 안에 안착한 것같은 편안한 세계관이다. 동물에 대한 분열스러운 주장을 내세우는 혼란 따위는 이 책에 존재하지 않는다.

노인이 가진 어부로서의 소명의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도 감동적이었다. 노인은 너무 큰 물고기가 걸렸다면 줄을 끊고 적당한 크기의 물고기를 기다릴 수 있었다. 3박 4일을 꼬박 새며 물고기를 따라가며 중간에 다른 물고기를 낚지 못했다면 탈진하여 뙤약볕 아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가 큰 물고기를 따라 밤낮없이 위험한 게임에 도전하고, 상어와 밤새 싸운 것은 어부로서의 소명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어부라면 도전해볼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는 두달이 넘게 물고기가 잡혀도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감당하기 힘든 큰 물고기를 만나서도 당황하지 않고 따라가고, 물고기를 해안으로 옮기기 위해 밤새 상어와 싸움을 한다. 물고기는 잘 가져오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의 분야에서 신문에 나오는 야구 영웅들과 같은 전설을 하나 세운다.

주인공 노인, 간단한 스토리, 마지막 작품, 10년이 넘는 긴 창작 과정,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 등이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는 작품이었다. 물고기와 상어와의 힘든 싸움을 그린 작품이지만, 소설 내내 만날 수 있는 잔잔하고 투명한 수면, 노인의 독백으로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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