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직업은 어부이다. 노인은 준비된 도구와 지식으로 무장하고 무방비 상태의 자연에 무기를 들이대어 착취하며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가 누비는 바다와 낚시하는 생선, 지나가는 새와 형제이다. 그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동지애를 느끼기도 한다. 어부라는 직업, 바다라는 공간과 그 속의 모든 것은 노인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다. 그의 삶의 터전, 존재 이유, 생명줄, 그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노인이 보여주는 그가 잡은 청새치와 대결, 동지 의식은 기사도를 떠올리게 한다. 낚시라는 행위를 다른 생물에 대한 폭력이 아닌, 자연의 섭리에 따른 먹이 사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바다, 인간, 새, 물고기가 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지가 되며, 내가 기원한 대자연의 품 안에 안착한 것같은 편안한 세계관이다. 동물에 대한 분열스러운 주장을 내세우는 혼란 따위는 이 책에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