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 송예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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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이 너무나 강렬한 책이다. 누군가를 위하여 선의로 살인을 할 수 했다. 그는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고, 그녀는 웃으며 행복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 말을 쏘았다는 괴상한 제목, 붉은 꽃이 가득한 표지 이미지도 강렬한 이미지를 더했다.

책의 줄거리만 보면 민폐 우울증 환자 글로리아와, 그녀에게 휩쓸린 불쌍한 감독 지망생 로버트의 이야기다. 이 둘은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연히 알게 된다. 이 때부터 글로리아는 뭔가 이상한 여자다. 초면에 자신의 불우한 초년기 이야기를 하고, 죽고 싶다는 말을 한다. 할리우드에 오게 된 이유도 이상하다. 여기서 작별인사를 할 것을, 로버트는 참가기간에 숙식제공을 해준다는 말에 그녀와 마라톤 댄스 대회에 참가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한 달 내내 죽고 싶다고 하는 말을 들어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다녀서, 로버트는 편도 들어주고 주먹싸움도 한다. (OTL...다른 남자 등장 인물들 행동을 보면 로버트는 의리있고 착한 사람이다.) 갖은 돌발 상황과 위기를 뚫고 로버트와 글로리아는 꽤 상위권에 진입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게 된다.

책 뒤에 바코드를 통해 마라톤 댄스 대회유투브 영상을 보았는데, 1930년 대쯤 실제 미국에서 있었던 대회라고 한다. 이름만 들어보면 너무 이상해서 실재했을까 의문인데, 관련 영상이 많이 남아있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은 과거 심사위원들이 말을 너무 심하게 한다는 평에 이제는 참가자들 무대에 올려 놓고 눈물 빼는 광경은 없는 듯하다. 그런데 당시는 다른 인종 데려다가 동물처럼 전시하고, 식민지에 1, 2차 대전을 일으켰던 때라 집단으로 다른 사람한테 가학적으로 구는 것에 문제가 없었나보다. 남자, 여자 여러명이 춤을 추는데, 너무 힘들어서 자거나 쓰러진다. 이를 여러 관객이 둘러앉아서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본다. 무대가 높거나 관객석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칸막이 하나로 막혀 있다. 댄스 공연보다 투견이나 투계시켜 놓고 쳐다보는 것이랑 비슷하다. 당시 경제 대공황 시대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많아서 비인간적이라도 참가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주인공 글로리아와 로버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가혹한 현실에 떠 밀리듯이 살아가는 것에 지친 것 같다. 특히 글로리아는 인생에 너무나 지쳤고, 세상과 너무 안 맞는다고 여긴 듯하다. 로버트는 그녀 옆에서 서서히 지쳐가고, 전염된 듯하다. 그래서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소설이지만, 아직 글로리아에게는 반대다. 왜 물귀신처럼 다른 사람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가? 마침 바닷가인데 혼자 나가서 투신을 하던가. 자기는 힘들기 싫고, 다른 사람은 그래도 괜찮은가? 로버트는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리면 문득 방아쇠를 당긴다. 그는 글로리아만큼 박복하고 미래가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외모도 최소 호감형은 되는 것 같다), 그녀의 박복한 삶에 말려들어가고 만다. 강렬하고, 씁쓸한 실존주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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