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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수사학’ 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좋은 책은 지친 현실에서 잠깐 떨어지게도 해주고, 현실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어떤 문제인지 알려주는 마법사와 같다. 각기 다른 책은 서로 다른 마법을 가지고 있다. 연설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2400년을 넘어 사람들에게 미치는 강력한 마법이 필요했다.
‘나는 연설을 할 일이 없는데 수사학 책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책을 받아들며 든 의문이자 기대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이 수사학 교본이 소용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자신의 뜻대로 상대를 움직일 필요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수사학은 대중 연설을 뜻하는 협의의 수사학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하기라는 광의의 수사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책의 내용의 상당수는 사람이 어떤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 할애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서두에 밝혔듯이 수사학은 변증법이며 논리학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부분은 2400년 전에 쓰인 책이라는 거리감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현대 사람들의 모습과도 너무나 똑같다. 이해가 안 되는 어려운 부분도 없고, 쭉쭉 읽어갈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피스트들의 궤변에 반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위와 같이 사람의 마음과 감정, 옳고 그름에 대해 중요하게 서술한 것은 꼭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만이 아닌, 말하는자로써의 도덕성과 공정성 교육에 대해서도 감안한 것이 아닌가 한다.
책의 목차와, 각 챕터의 내용과 전개는 깔끔하기 이를데가 없다. 목차는 내용을 잘 나타내어 책을 읽기도 전에 한눈에 내용에 대해 적절한 판단과 기대가 가능하다. 각 챕터는 자신의 제목에 너무나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깔끔하게 편제된 책은 거의 못 봤던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이 책을 덮고 금방 현실을 잘 헤쳐나갈 호랑이 기운이 솟고 타개책이 나온 것은 아니다. 좋은 책을 잘 읽고 머리 속이 잘 정리된 것 같고, 새로운 책을 만나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은 글을 완성하며 잠시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책 내용을 되새기며 감탄도 하고 성취감도 느끼고 있다. 살아가는 정신적인 에너지를 충전했다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역시 책은 정신에 좋은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