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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ㅣ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4
베르길리우스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평점 :
아이네이스는 아이네이아스와 트로이 사람들이 탈출하여 로마를 세우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아쉽지만 저자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를 쓰던 중 사망하여 중간에서 이야기가 끝나게 된다. 요즘 말로 ‘떡밥’이라고 불리는 신들의 예언 부분이 실현되기 이전 부분에서 끝난다.
트로이 멸망의 날, 도시는 불길에 휩싸이고 그리스 군으로 뒤덮힌다. 트로이는 멸망할 운명이어서인지 시논이라는 그리스 군사를 처형하지 않고 살려두어 성문을 열게 한다.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때에 아이네이아스는 많은 사람을 이끌고 늙은 아버지를 업고 탈출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뒤에는 신들이 있었다. 얼핏 신들의 싸움이나 고집이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변덕을 의인화시켜 생각하는 과정에서 만든 시나리오라고 이해를 하면 될 것 같다.
아이네이아스를 리더로 한 많은 트로이 사람들은 함선을 타고 대량으로 탈출을 했다. 트로이는 아주 넓고 부유한 도시였던가보다. 아이네이스 내용 중에서도 장군과 수 많은 군사가 계속 죽는데도 사람이 있다. 오디세이아처럼 몇 년간 바다를 헤맸는데도, 제물로 바칠 동물이나 화친 선물이 있다.
아이네이아스는 여러 해를 헤멘다는 면에서 오디세우스와 비슷하지만, 더 힘든 과정을 거친다. 아이네이아스는 돌아갈 나라도 없고, 왕도 아니면서 얼떨결에 수 많은 사람을 책임지며 망망대해로 나아간다. 정착할 만한 곳을 발견해도 신들이 다른 데로 가라고 한다. 신들 때문에 의도치 않게 한 여자를 상처주고, 죽음으로 몰아간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가족들이 죽어나간다. 신탁이나 신들의 메시지는 있지만, 언제라고는 얘기 안 해준다. 신화겸 서사시라 개인적인 고뇌 측면이 크게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과정을 겪는다.
이 책은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은 아니고, 소설 형식으로 바꾸어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소설 형식으로 바뀌었지만, 서사시 부분이나 대사도 일부 옮겨져 있어 신들이 등장하는 환상적이고 비장한 명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