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원히 살아있네
장 도르메송 지음, 정미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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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 도르메송이라는 연로한 프랑스의 철학자, 작가, 저널리스트의 유작이자, 그의 마지막 저작이다. 소설도 아니고, 역사서도 아닌 특이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을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역사 그 자체로 불러도 틀리지 않는다. 저자가 역사를 주인공으로 하여, 스스로 주인공을 연기하며 그 동안의 학술적 소회를 현장감 있게 쓴 책이다.

소설의 범주는 현재 통용되고 있는 세계사이다. 내가 소속된 동양인들의 아시아 역사는 변방의 역사로 치부하는 서양 위주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이자 역사 그 자체, 맨 처음에 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는 태초의 인간과 함께 원시림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처음으로 자각한다. 이후 여러 가지 인격체로 재탄생하며 인류사를 살아간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 소시민, 남자, 여자 등 여러 모습으로 태어나며, 역사는 다른 수 많은 사람들처럼 사랑, 슬픔, 아름다움, 명예 등을 거쳐나간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명예와 권력을 위해 삶을 불태운다. 주인공 역사는 긴 세월을 거치며 수 많은 모의와 노력이 결국 실패로 끝나고, 성공했다 하더라도 세월이 흐르며 스러져 가는 것을 본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뽐내는 매력, 재능이 펼치는 아름다움도 동시에 목격한다. 그 안에서 새로운 문화와 기술이 새로운 생명처럼 자라나고, 그 속에서 다시 사람들은 살아간다.

역사가 주인공이 되어 서술하는 역사는 담담한 아름다움이 있다. 신과 같이 지상을 내려다보며 탐욕이나 열정에 휩쓸리지 않고 관조하는 매력이 있다. 동시에 사람으로 전생하여 직접 인간사를 겪는 모습은 현장감을 더하여 글 속의 장면을 생생하게 살아나게 만든다. 긴 시간을 다루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이 아름다운 회상 필름처럼 금방 지나간다. 잘 모르는 역사적 사실이 나오면 좀 더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신비하고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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