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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포스의 후손들
김성원 지음 / 가쎄(GASSE) / 2019년 8월
평점 :
책을 표지로 판단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사람의 얼굴처럼 표지도 책의 첫인상을 상당히 좌우한다. 명작의 경우는 책꽂이에 꽂힌 책 등에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우라가 있다.
‘시시포스의 후손들’이라는 제목과 분홍색 리본을 마주했을 때 어떤 책인지에 대한 직관적인 판단이 서지를 않았다. 시시포스는 신들한테 장난치다 벌 받아서 결과는 없을지언정 항상 묵묵히 일하는 벌을 받은 인간 아닌가? 그러다 책 설명을 보고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시시포스들은 유방암이라는 벗어나기 힘든 굴레를 지고 삶을 지속해나가는 환자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유방암과 BRCA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다.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이 돌연변이는 유전이 되기도 한다. 서울대림성모병원에서 유방암을 보시는 의사선생님이 임상경험을 통해 쓴 의학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은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맙소사. 엄마에게서 나온 돌연변이는 4남매 중 3명을 덮쳐온다. 주된 서술자인 막내딸의 친한 동생도 유방암이다. 이들이 펼치는 고민과 슬픔, 치료 과정을 소설의 형태로 서술된다.
분량이 많은 책은 아니나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된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가 주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유방암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같은 병을 진단받은 사람, 같은 병에 다른 가족을 또 잃은 사람, 소중한 가족에게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준 죄책감, 다른 가족은 다 병에 걸렸는데 혼자 건강하다는 죄책감,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다는 말을 들은 공포감, 수술과 항암의 고통 등이다. 암에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등장하며 유방암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살아 있는 동안은 피할 수 없는 굴레가 된다.
유방암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유방암을 이겨낸 사람들은 어렵지만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간다. 예전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 꾸준한 복약과 정기 검진으로 암을 관리하며 자신의 삶을 되찾았다. 어렵고 힘든 첩첩산중에도 길은 있었다. 삶 전체를 짓누르는 무게를 이겨내는 환자들의 모습에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위대함이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