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의 수기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9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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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러시아의 주민 60%농노라는 계층에 소속되어, 주인에게 예속된 재산이며 러시아 생산의 기반을 받치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러시아 짤을 생각하면 참 어울리지 않는 과거사다. 곰도 두려워하지 않고, 맘에 들지 않을 때는 주저없이 주먹으로 맞서는 체격이 큰 사람들의 나라 아니었나?) 과거 이들은 사람 이하의 무엇으로 취급받는 존재였다고 한다. 농노의 역사적 성립 배경은 잘 알지 못하나, 인종적으로 아주 다른 피정복민급으로 대우받지 않았나 싶다.

사냥꾼의 수기는 아름답고 서정적이면서, 아주 혁명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소설에 속하나 나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역사적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기를 읽는 것처럼 인물의 모습이 개성있고 생생하게 전달된다. 장삼이사처럼 살다가 간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가진 미덕과 삶의 방식은 뇌리에 생생하게 박히며 감동을 준다. 천한 농노의 신분이며,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아주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연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주어진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고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자신의 재능이나 지혜로 살아가는 모습에 존경심마저 든다. 농노라는 신분에서 되려 인간으로서 그들의 존엄성이 드러난다. 이들을 순수하게 작가가 창작했다기 보다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책을 농노를 해방시킨 러시아 황제가 여러번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내게는 역사적인 기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노와 당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책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인간성과 지성, 재능을 보여주는 인간 군상이 아주 매력적이다. 주인공이 사냥을 다니며 자연을 마주하는 모습도 눈 앞에 그릴 듯이 생생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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