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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벡 도리-스타인 지음, 이수경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꼭 미국 드라마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시즌 4~8까지 만들면 너무 늘어지지 않고 적당할 듯 하다. 이 책이 보여주는 인생의 기적, 화려한 파티, 어설픈 실수, 긴장감 있고 엉망인 연애, 따뜻한 가족애 등이 글보다 영상이 곁들여지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속기사로 5년간 일한 저자 벡 도리-스타인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속기사는 대통령의 인터뷰, 회담, 발표 등을 마이크로 녹음하고, 녹취록을 만드는 일이다. 월급을 받으며 대통령의 여러 해외 출장과 휴가에 비행기를 타고 동행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의 백악관 취직 합격이었다. 26세인 저자는 계속 되는 구직과 실패로 너무나 지친 상태이다. 이 와중에 속기사 구인글에 무심코 지원한다. 면접에 늦기도 하며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던 구직에 합격을 한다. 자신이 백악관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이후다. 시름에 빠진 백수 아가씨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일하며 목전에서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가 묘사하는 백악관 라이프는 생각보다 딱딱하지 않다. 백인들이라 동료들과 주고 받는 장난, 술자리, 대화 등 미드에서 많이 보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친구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업무적인 부분은 크게 복잡한 것이 아니거나, 보안상 책에 쓸 수 없는 것 같다. 처음에 긴장하고 실수했던 것 이외에 업무적으로 힘들어하는 부분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남자들은 똥차였다. 제** 이 사람에게 끌리는 부분은 ‘그건 아니야, 제발 그만해’라는 말이 나오며 조마조마했다. 지드래곤의 노래 ‘그 **’가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샘이 그 사람에게 한 평가가 가장 내 생각과 같다. 남의 소중한 딸 인생에 끝까지 질척대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쓸리는 벡만 불쌍하다. 샘은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더니 점점 이상한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자신이 겉과 속이 같으니 남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멋진 겉모습에 속은 것 같다. 훌륭한 아가씨니 꼭 좋은 남자 만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벡을 만난 적은 없지만,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감성이 풍부한 여성일 것 같다. 내가 책과 드라마, 영화 속에서 본 젊은 백인들 중 부모님께 제일 자주 연락을 드리고, 대화를 많이 하는 백인 같다. 이러한 저자가 백악관에서 일하고, 자전적 이야기를 책도 써낼 정도로 똑똑하다니, 괜히 뿌듯하다. 책 재미있게 잘 읽었고, 잘 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