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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박미경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5월
평점 :
내가 읽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두번째 소설이다. 첫 소설은 어렸을 때 읽은 어린이용 삼총사다. 그 때 만화도 보면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은 제목도 처음 들어봤다. 제목만 보고는 현대 소설인가 했다. 낭만적인 제목 반, 작가의 명성 반에 이끌려 이 소설을 읽게 됬다.
이 소설은 한 편의 뮤지컬 같다. 3시간 동안 몰아치는 감동과 충격과 유머에 눈을 뗄 수가 없는 뮤지컬 말이다. 음모와 애증, 모략과 우정,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파도가 함께 뒤얽혀 있다.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이지만, 소설이라는 가공된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 속에 긴 파문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은 프랑스의 성 바르톨레메오 축일의 학살로 시작된다. 그 날은 태후 카트린느 메디치는 정치정 계산하에 자신의 딸을 반대파 나바르왕 앙리와 결혼시키고, 신교도를 학살한 날이다. 여기서 딸인 마르고 여왕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남편 앙리의 편에 선다. 이 둘은 각자 사랑하는 애인이 따로 있다. 그러나 처음 만난 날부터 어찌나 손발이 척척맞는지, 찰떡궁합이다. 정쟁의 입지는 카트린느 메디치가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하지만 운명은 나바르 왕의 편이었다. 카트린느의 심복들, 친아들인 샤를르왕, 마르고 여왕과 그녀의 애인까지도 각자의 정치적인 입장, 주술의 결과, 사랑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나바르왕을 돕는다. 거대한 운명 앞에 왕족들도 어쩌지 못하는 모습이 그리스 비극을 떠올리게도 했다.
소설에 비중있게 등장하는 비밀 통로도 재미있다. 비밀 통로라고 하기는 하는데 왕족 말고 심복들까지도 다 알고 드나드니 비밀 통로가 아닌 듯한 느낌도 든다. 음모나 애정이 오가는 방에 다른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옴으로서 계속 극적인 효과를 준다. 그래서 이 소설을 뮤지컬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두뇌 게임이 끝나고, 소설의 말미로 가며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 신의있고, 목숨을 아끼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사람들이 희생되는 모습을 보고, 이런 왕좌의 게임은 왜 존재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이 나바르 왕이 프랑스 왕이 되는 시점이 아니라서 더 극적이었던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관련 역사적 배경을 검색해보니 소설 속에서는 악역처럼 나오는 카트린느 메디치도 악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 따른 책임을 훌륭히 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략가인데다 자녀를 10명이나 두었음에도 결국 발루아 왕조가 부르봉 왕조로 넘어가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을 보니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역사서를 몇 권 더 읽어보고,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