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4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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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버전은 죄와 벌 1이라고 해야 올바르지만 어쩐지 나는 상,중,하로 나누는게 좋다. 


책을 딱 피면 맨 앞에 등장인물 소개가 쫙 있어서 어린 애들 책도 아니고 뭔가 싶었다.

근데... 러시아 이름.... 심히 당황스럽게 길고 다양하고 헷갈리더라...

정말 도움 많이 받았다....


교양 수업때문에 읽게 된 책.

처음에 집어들 때는 '점수를 위해' 무겁게 집어들었지만, 내려놓을 때는 짧은 감탄과 함께 내려놓았다.

'도스토옙스키','죄와 벌' 살면서 귀로는 참 많이 들어봤지만 어쩐지 손이 가지 않았었다.

고전이라면 의레 근엄하고 지겨운 교훈을 가득 담고 있는 진부한 문학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죄와 벌이라는 제목을 듣고 떠올리는 것 '권선징악'의 뻔한 이야기겠지 선입견이 있었다.


그랬기에 읽으면서 의외로 너무 재미있어서 놀랐다.

출판사 알바같은 표현이지만 하나의 큰 사건을 가지고 거기에 다양한 색깔의 인물과 다양한 사건들을 참 짜임새있게 구성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봐도 문학적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볼 수 있을만큼 재밌었다.

단순히 죄를 짓고 벌을 받는 과정을 그려낸 것이 아니고 그 사이에 철학적으로 생각해볼 거리가 많이 숨겨져 있고,

미주를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도스토옙스키가 당시 사회 현실에 대해 가진 생각이나 쌓은 지식들이 매우 풍부한게 느껴져서 작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존경심도 느껴졌다.

정치외교학과면서 사회 현실에 지독히 무지하고 정말 지엽적인 부분의 지식만 알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지더라...


근데 내가 난독증이 발병한건지 몇 년전부터 글을 읽을 때 집중해서 속도감 있게 읽지 못하고 자꾸 집중력이 틀어지고

글자가 여러개로 보이고 쉬운 단어를 읽어도 곧 바로 뜻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아서

문장 하나를 두 세번 반복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이 책 속에서 사람들을 생동감있게 그려내려고

정말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것 처럼 횡설수설하거나 구보씨의 의식의 흐름처럼 대사나 심리가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읽는 동안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통스러웠다. 그렇지만 그렇게 그려냈기에 라스콜니코프라는 이상한 인물이 사실감있게 느껴질 수 있었다.


라스콜니코프... 정말 찰스 스트릭랜드만큼이나 이상한 인물이었다. 그치만 앞 부분에서 외모가 꽤 준수하다고 표현되는 부분이 있어서

잘생긴 인물로 상상하고 읽으니까 스트릭랜드와 달리 호감이 퐁퐁...


사형선고와 기나긴 시베리아 유형생활을 겪고 나서 집필했다는 데 사람이 고난을 겪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 세상에서 제일 혐오하지만,

도스토옙스키의 그러한 파란만장한 인생이 죄와 벌같은 걸작을 집필하는데 도움이 되었을거란 생각은 든다.

물론 18살때 도스토옙스키가 형에게 쓴 편지만 읽어도 이미 보통 사람을 넘어선 문학적 표현력과 감수성이 있다는 건 잘 알겠더라.


아. 노파가 웃고 있더라는 그 장면은 정말 겁 많은 나에게 손에 땀을 쥐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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