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뇌과학자 -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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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고, 이유를 알 수 없어 더 공포스러운 존재. 많은 영화나 소설 속의 사이코패스의 모습이 그러했다.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으로 나오면 지영민이, '검은 집'에서 등장한 비밀이 가득한 신이화가 그런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다양한 살인범들을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로 구분 짓고 있다. 그런데 일상에서 존재하는 사이코패스를 논하는 책이 있다. 그가 사이코패스라 추정하는 인물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마더 테레사 수녀, 간디 등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이다. '괴물의 심연'이란 책으로 전 세계를 충격으로 이끈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나의 조상들은 살인마였고, 나도 사이코패스다.


자기 자신을 사이코패스라니? 도대체 사이코 패스는 무엇이며,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도대체 사이코패스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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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시의 신경해부학적 기초를 설명하는 이론을 펼치고 내가 직접 찾아낸 패턴을 확인하는 논문이었다. 그래 놓고 내가 무슨 수로 나의 뇌를 방금 보고한 연구 결과와 화해시킬 수 있을까? 나는 정말로 내가 찾은 규칙의 예외일까? 내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그럼 뭐지? 게다가 모든 생각과 행동을 책임지는 바로 그 뇌에 관한 연구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사이코패스일까 중에서


작가는 유명한 뇌과학자로 자신의 뇌 촬영 영상이 기존에 연구한 사이코패스의 뇌와 동일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는 이성적인 사람이었고, 세 아이를 둔 아버지였다. 한 번도 누군가를 해한 적 없는 인생에 사이코패스라니. 작가는 그때부터 자신의 조상을 추적하고, 사회 속 사이코패스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다.



이 모두가 변연피질, 다시 말해 감정을 처리하고 정교화하는 기능과 연관되는 피질로 뭉뚱그려진다. 이 영역이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이유는, 안와전두피질과 복내측전전두피질뿐 아니라 변연피질 또한 잘못 발달하거나 초기에 손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발견은 놀라울 게 없었던 게, 이들 뇌 영역 모두가 이미 억제력 부족, 성욕 과다, 도덕적 추론 곤란에 작용하는 개별 증후군들과 연관되어왔다. 놀랍게도 사이코패스는 모두 다 이러한 뇌 영역의 활동이 저조했던 반면에, 다른 유형의 범죄자, 예컨대 일반 살인범은 그 패턴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일반 살인범의 경우 이들 영역 중 한 곳이 기능 저하를 보이곤 하지만 모든 영역이 한꺼번에 그러지는 않았다.


내가 클린턴을 사이코패스로 진단할 수는 없지만, 그는 몇 가지 주요한 특성을 가진 듯 보이고 아마도 PCL-R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한 15점은 될 것이다. (…) 클린턴은 군대를 향해 무게 잡고 거수경례를 하는 등 흉내 내는 재주가 일품이었고, 갈채를 받을 때는 겸손을 가장했으며, 장례식에서는 적당히 침울해 보이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엄청난 슬픔을 연기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도 이야기를 꾸며내지만, 진짜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만이 그토록 큰 판돈을 걸어놓고 고난도 연기를 반복적으로 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도 사랑할 수 있을까 중에서


일반적인 범죄자들이 억제력이 부족하고 성욕과다 및 도덕적 추론을 못하는 반면, 사이코패스들은 이와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사이코패스로 추정된 연쇄살인마가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종교 상징물과 개 사진을 싣고 다는 것을 봤을 때 범죄를 향한 그들의 계획은 정교하고 보다 치밀하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그들은 보다 지능적이로 사회화된 무서운 범죄자 유형이다.



사이코패스들은 유능한 지도자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에서 최근 실시한 연구에서는 전사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결정을 잘 내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사람은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반면, 사이코패스는 기꺼이 도박을 건다. 불확실한 시기라도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군대를 움직이거나 부족을 데리고 산을 넘을 것이다. 그 결과로 그가 맡은 집단은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집단에 모험을 시키는 것이 문명적으로는 이롭다. 이는 돌연변이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어떤 돌연변이는 커다란 이익을 주는 것과 같다.


사이코패스는 절대적으로 사회에 유해한가? 작가는 사이코패스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설명한다. 사이코패스들의 보다 냉철한 판단력이 문명에 기여하는 방식은 다르다. 조물주가 만든 생명체 중 필요 없는 것은 없다. 어떤 장소에 어떻게 쓰이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두려움을 느끼는 강도가 남들보다 약하다고 한다. 그들은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위험한 상황 속에서 승리를 위해 도박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이는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말처럼 작가는 장기적으로 이러한 판단이 사회와 문명에 이로울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나는 사이코패시와 그 유전자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버리면 인류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공감에 서툴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들도 잘만 다루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중에서


이 책은 사회에서 사이코패스를 구분하자는 책은 아니다. 사이코패스는 어느 사회나 존재하며, 그들의 냉철한 판단력이 사회에 쓰이는 쓸모에 대해 적고 있다. 이 책은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범죄를 유발하는 사이코패스는 만들어진다는 것이 작가가 내린 최종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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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팰런의 '괴물의 심연' 후속작인 줄 알았으나, 아쉽게도 개정판이었다. 찾아보니 괴물의 심연은 이미 절판이었다. 책 카테고리에 괴물의 심연이란 제목이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이미 읽었던 책이라 좀 아쉬움이 있었지만,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재미가 있다. 오랜만에 읽어서 인지 새로운 감흥이 있었고, 여러 매체에 접목해서 생각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새로 나온 책은 기존의 책 보다 디자인을 다듬었고,(반짝이는 양장 표지가 예쁘다., 세부 카테고리로 내용을 쉽게 풀어 읽기가 좋았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영감을 준 책으로 유명하다. 기존의 사이코패스를 괴물로만 표현한데 반해 이후의 많은 매체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사이코패스들을 조명하고 있고, 최근에는 소시오패스와 구분 짓고 있다.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임상심리학 서적 중 이리 쉽고 편하게 쓰인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09675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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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로 이어지는 일습관 - 일 잘하는 사람들은 습관으로 승부한다
하지은 지음 / 길벗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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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후 새로운 회사 생활을 시작한 지 4개월,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계속해서 스스로가 잘하고 있는지 자기 검열이 늘었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반으로 줄었다. 쉽지 않다. 무엇 하나 쉽지 않다.



성과로 이어지는 일 습관은 나의 업무 태도를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플랜이다. 반복적으로 체크하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습관화한다. 이는 업무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내 인간관계, 책상 위, 그리고 이어지는 성장까지. 회사 생활을 다각도로 체크하고 정리하는 책이다.



솔직히 읽는 것만으로도 반쯤 지킨다. 하지만 그때 이런 항목이 눈에 들어온다. 롱런(Long Run) 하려면 롱런(Long Learn) 하라. 이 말을 계속해서 곱씹는다. 멈추면 도태되는 것이 직장 생활이다. 씁쓸하지만 맞는 말이다.





블로그에서는 규칙을 중요하게 강조한다. 이 규칙들을 반복해서 활용하다 보면 하나의 프로세스가 만들어진다. 이 프로세스가 반복적으로 적용되어 몸에 익혀지는 습관이 된다. 일을 통해 나의 삶, 일상, 나의 생활 자체를 바꾸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인듯하다. 바른 마음가짐과 습관 한마디로 도를 닦는 것 같은 책 ㅠㅠㅋ



5가지 요소만 챙기면 성과는 알아서 따라온다 일을 잘 하기 위한 5가지 핵심 포인트!



① 신뢰: 신뢰는 당장의 성과보다 기본적인 것에서 얻을 수 있다


② 여유: 밀려오는 업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규칙을 찾아라


③ 소통: 부드러운 소통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은 타이밍, 투명함, 관심이다


④ 전문성: 일하면서 하는 모든 메모와 기록은 개인 업무 매뉴얼이 된다


⑤ 태도: 내가 한 모든 선택에 따른 결과는 나의 책임이다





책에서는 일하기 좋은 습관과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핵심적 자질을 '내면과 태도'라 적고 있다. 도를 닦고 사리가 나올 것 같은 표현이다. 반발이 생기지 않는 말은 아니다. 분명 필요한 일이긴 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 어떤 것일까. 목차만 읽어도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한 베테랑이라면 나의 일상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라면 앞으로 나의 회사 생활 목표를 위한 플래너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성과로 이어지는 일 습관의 포인트는 '습관'이다. 이 책은 비즈니스를 또는 회사 생활을 하는 기본 습관을 만드는 책이다. 그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를 모델로 제시한다. 이를 따라 하고 체크하고 익히면서 반복해서 습관을 만들면 업무 효율이 늘 것 같기는 하다. 단지 너무 기계적인 패턴에 거부감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습관 해야 할 프로세스는 버겁지만, 그럼에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패턴은 반복되고 핵심은 단순하다. 이를 반복해서 학습하다 보면 어떤 프로젝트를 받더라도 계획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그리고 따라오는 것은 '여유'. 신입인 나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이야기다.



선임들은 일을 리드해야지 일에 끌려다니지 말라고 말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일에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많은 직장인들은 본인들의 능력보다 많은 일을 배정받고 있다. 슬프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쌓여진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프로페셔널한 직원이 되어야 한다. 슬프지만 그것이 현실인 것이다.



무능한 직원이 될래? 유능한 직원이 될래? 답이 필요 없는 질문이다. 나 역시 유능하고 능력 있는 직원이 되길 희망한다. 그렇다면 이 안에 나오는 절차들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09472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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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 팬데믹 코로나 시대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이
김엄지 외 지음 / B_공장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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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WHO에서 팬데믹 선언을 한 이후 진행 중인 바이러스와의 전투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스크를 썼고,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이 늘었으며, 그 이상의 실직자가 늘었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삶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익숙해지고 있었다. 일상에 반발하듯 사람들은 바이러스와 함께 찾아온 우울증에 감염되었다. 하염없는 무기력과 우울, 원인 불명의 짜증을 동반은 '코로나 블루'는 항체도 별다른 예방법도 존재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것이 우울과 불안을 가중시켰다.


형체가 없는 것은 위험하다. 피하려 해도 그 모습을 알 수 없어 피할 수 없다. 문을 닫아도 자연스럽게 침입했고, 사람들과 거리를 둘수록 감염이 쉬웠다. 사람들은 형체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웠고, 우울증과도 싸워야 했으며, 하루하루 늘어나는 살, 살과도 다퉈야 했다. 평정을 유지하는 건 하루하루 지나가는 날짜뿐이었다. 박자를 맞추듯 여름이 되었고, 어느새 가을이었다.


스스로를 지키는 것에 치열했던 코로나 시대, 하나 둘 사람들이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 이들이 가장 먼저 사라졌다. 보이지 않았기에 그들의 실종을 아는 이들이 없었다. 그들은 '이웃' 혹은 ' 옆집 사람' 친구라 부르기엔 어색해 '지인'이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사람들은 혼자인 게 싫어 자주 전화를 걸었다. 연락처 리스트를 반복해서 훑었으나 숫자는 훌쩍 줄어있었다. 사라진 이들을 떠올리려 했으나 이름조차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착각일 수도 있었다. 늘어나는 나이만큼 관계는 좁아져 있었고, 처음부터 사라진 이들은 없었을지 모른다. 원래부터 연락처의 숫자는 그 정도뿐이라고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모두가 주문처럼 괜찮다고 말했다. 부적처럼 괜찮아질 것이라 말했다. 다들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은 지나갈 거고 예의 일상이 찾아올 거라는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단지 시간이 문제였다.



'떠나야겠어.'라고 말하고 '어디로'라고 답한다. 여름휴가는 집에서 보냈다. 어느새 찬 기운이 섞은 바람이 불었다. 월 말이면 추석이고, 어느새  가을이었다.



여름에서 여름까지 지난하고 쏜살같은

여름중에서


개인적으로 김엄지의 '여름'이 눈에 들어왔다. 별 것 없는 일상을 적어가는데 소설이 되고 에세이가 되고, 세기말 적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신기해서 작가의 작품을 필사했다.


더하지 않은 우리의 일상이 하루하루 잔잔하게 흘러갔고, 어느새 지금이 되었다.



아픈 칸트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된 거야.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코로나 시대엔 아프지도 말아야 한다. 집에 있는 고양이가 아팠는데 진료가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예약을 잡은 뒤 방문을 했는데, 대기실에 없어서 당황스러웠다는 얘기를 같이 사는 친구가 말했다. 문을 닫는 곳도 많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예약도 제한적으로 받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는 얘기가 덧붙었다. 이탈리아에서는 간병인들이 환자를 버리고 달아나 요양원에 많은 노인들이 사망한 사건이 있기도 했다.



소중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우울감과 이 재난을 극복하기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건 없는 걸까? 중요한 일이긴 하다. 우리 자신을 잃지 않는 것. 자신다움을 지켜내는 것. 세기말 아닌 세기말에 우리는 주변에서 자신을 찾게 된다. 한국의 이런 문화적 특성을 관계성 문학이라고 하던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본다. 쓰고 있는 마스크를 코까지 당겨 쓴다.

마스크나 끼세요.

아파트 중에서


많은 작가들이 새롭게 발견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있다. '내 이웃과의 거리'에서는 가까운 이웃사촌과의거리가 자본으로 인해 순식간에 멀어지고 불편해 지는 이야기를,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 마저도 반가워진 새롭게 발견된 이웃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 가까움은 나만의 것이었는지, 반가움 마저도 마스크로 차단되어 버리는 외로운 삶의 단면.



"확찐자라는 말 들어봤나요?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재택근무 때문에 살이 찌는 경우라고 해요. 힘든 일이 있을수록 이를 웃음으로 극복하려는 우스갯소리일 뿐이겠지만, 누군가는 상처받을 만한 말들이 만들어지는 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참 별로인 말이고, 그런 말이 야기하는 우울의 시간을 우리가 살고 있네요. 그러고 보니 살이 조금 찐 것 같아서 더더욱 울적해지는 군요."

그렇게 오늘을 살아요 중에서


"어떤 방식이든 삶은 지속되는 것이겠죠."

그렇게 오늘을 살아요 중에서


나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요 중에서


최근 마스크를 쓰자는 공익광고에 지금은 '전쟁중'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확실히 코로나로 인해 전쟁 사망자와 맞먹는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정말 지금은 전쟁 중인지도 모르겠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과 관련된 무기들로 인해 현대 사회의 문명이 한 층 성장했는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하지만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발명 '개인'과 '자아'였다. 지금은 어떨까. 사회적 지침과 규율아래 사회적 단절아래 지워지는 개인들이 있다는 걸 '나는 지워지지 않는다' 라는 문장을 통해 깨달았고, 어쩌면 코로나는 그런 의미에서 더 무서운 것일 수 있다.



코로나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었고, 힘들다는 얘기가 여기저기 들려오고 있다. 코로나가 길어진 지금 사회가 너무 비참해졌다. 망하는 가게가 늘었고, 사람들이 자신만 돌보는 사이 소외받는 이들의 죽음이 들려오기도 했다.


코로나 시대가 불안하기는 작가들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불러줘' 이 책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불안하기에 더욱 상대가 그립고, 외로운 일상에 대한 또 다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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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 오래된 한글 간판으로 읽는 도시
장혜영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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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간판들 위에 짙은 사인펜으로 덧대어 쓴 글자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그 밑에 희미하게 빛바랜 화원의 간판. 빛바랜 듯한 표지, 빛바랜 것들을 건져 올리는 이야기, 책을 보는 순간 마음이 끌렸다. 내용 역시 소재와 주제를 잘 드러낸 책이었다.



도시는 자본주의의 지원 아래 오늘도 성장 중이다. 너무 빠른 성장으로 인해 지워지거나 사라지는 것들이 함께 공존한다. 혹은 있음에도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소외나 사라짐이라는 표현으로 미화되었지만, 도태라는 의미와 그에 따른 결과가 아름다울리 없다.



오래된 식당, 오래된 동네, 낡아버린 도시. 자본주의 아래 오래된 건물들의 가치는 오로지 돈이다. 자본을 생산하거나 자본으로의 기능을 가지거나 그 능력을 잃는 순간 건물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가 그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책은 이야기로 그 기능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매체가 아닐까.


발전과 미래를 얘기하는 우리의 삶은 현재와 과거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진듯 보인다. 도리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좀 더 옛날의 역사로 근대 이후 우리의 삶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도 얻기가 힘들다. 수업에서도 근현대는 역사, 정치, 사회, 문학 다뤄지는 것이 많지 않다. 최근에는 좀 늘었다고는 하는데... 글쎄.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으니 지워지고 잊혀지는 도시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 간판을 통해 보는 도시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1부 '간판이 있는 자리'에서는 도시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간판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시대의 유행을 담고 있거나, 당시 시대상을 담고 있는 간판들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에는 왜 지방 이름의 간판이 많을까'를 보면 출신지들을 담고 있는 간판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이는 당시 많은 이들이 서울로 이동한 인구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간판은 서울의 역사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자취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간판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부는 자연스럽게 간판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부 '간판에 쌓인 시간'에서는 가게와 주인이야기를 담고 있다. 간판을 유지하는 것은 주인의 의지와 애정이 필요하다. (혹은 그저 무심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가게에는 주인의 삶이 담겨져 있고, 간판은 그를 드러내는 또 다른 얼굴일지 모른다. 2부에 '간판의 얼굴을 닮은 주인장'이란 편이 있었다. 간판에 쌓인 시간들이 삶에도 고스란히 녹아져 있어 괜시리 가슴이 찡했다.



시간의 조각품처럼 여겨지는 간판을 가치 있게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나길 기대하며 하나의 시선을 보탭니다.





'그대에게 기쁨가득 오늘도 베리 나이스'하길, 영영 그러하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087435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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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방 - 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삶의 마지막 이야기들
고지마 미유 지음, 정문주 옮김, 가토 하지메 사진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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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이 미니어처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보통 보다 얇은 두께, 많은 사진들, 7개의 주제로 전해오는 간결한 이야기들. 이 책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고독사와 자살 등 '외로운 죽음'에 대해 전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 뒤에 남겨진 유품과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전한다. 한 장, 한 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 더욱 가슴이 아프고 먹먹하다. 그건 그다지 멀리에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


죽음이란 언제나 슬프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죽음은 슬픔을 넘어서 참혹하다. 아버지의 돌연사로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는 유품정리인 일을 시작하게 된다. 스물두 살의 청년의 눈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현장들. 작가는 일을 시작하면서 본 현장들을 미니어처로 제작해 세상에 알려왔다. 그가 하는 일은 얼핏 이해되지 않는다. 조금 기이하고, 이상해 보이기도 한다. 그 불편하고 참혹한 현장을 왜 그는 재현하려고 하는 것일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을 때 이 사진들은 하나의 '고발'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보지 않는 것,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라는 외침에 가깝다.



앞에서도 적었으나 이 책의 이야기들이 보다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힘든 이들의 삶은 그림자처럼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는다. 좀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해야 희미한 윤곽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은 남아 있는 나의 일상을 보다 소중하게 만들고,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내 가족, 내 이웃 그리고 주변들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소중히 여기리라 다짐하고 새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08605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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