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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뇌과학자 -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9월
평점 :

원인을 알 수 없고, 이유를 알 수 없어 더 공포스러운 존재. 많은 영화나 소설 속의 사이코패스의 모습이 그러했다.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범으로 나오면 지영민이, '검은 집'에서 등장한 비밀이 가득한 신이화가 그런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다양한 살인범들을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로 구분 짓고 있다. 그런데 일상에서 존재하는 사이코패스를 논하는 책이 있다. 그가 사이코패스라 추정하는 인물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마더 테레사 수녀, 간디 등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이다. '괴물의 심연'이란 책으로 전 세계를 충격으로 이끈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
나의 조상들은 살인마였고, 나도 사이코패스다.
자기 자신을 사이코패스라니? 도대체 사이코 패스는 무엇이며,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도대체 사이코패스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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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시의 신경해부학적 기초를 설명하는 이론을 펼치고 내가 직접 찾아낸 패턴을 확인하는 논문이었다. 그래 놓고 내가 무슨 수로 나의 뇌를 방금 보고한 연구 결과와 화해시킬 수 있을까? 나는 정말로 내가 찾은 규칙의 예외일까? 내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그럼 뭐지? 게다가 모든 생각과 행동을 책임지는 바로 그 뇌에 관한 연구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정말 사이코패스일까 중에서
작가는 유명한 뇌과학자로 자신의 뇌 촬영 영상이 기존에 연구한 사이코패스의 뇌와 동일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는 이성적인 사람이었고, 세 아이를 둔 아버지였다. 한 번도 누군가를 해한 적 없는 인생에 사이코패스라니. 작가는 그때부터 자신의 조상을 추적하고, 사회 속 사이코패스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다.
이 모두가 변연피질, 다시 말해 감정을 처리하고 정교화하는 기능과 연관되는 피질로 뭉뚱그려진다. 이 영역이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이유는, 안와전두피질과 복내측전전두피질뿐 아니라 변연피질 또한 잘못 발달하거나 초기에 손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발견은 놀라울 게 없었던 게, 이들 뇌 영역 모두가 이미 억제력 부족, 성욕 과다, 도덕적 추론 곤란에 작용하는 개별 증후군들과 연관되어왔다. 놀랍게도 사이코패스는 모두 다 이러한 뇌 영역의 활동이 저조했던 반면에, 다른 유형의 범죄자, 예컨대 일반 살인범은 그 패턴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일반 살인범의 경우 이들 영역 중 한 곳이 기능 저하를 보이곤 하지만 모든 영역이 한꺼번에 그러지는 않았다.
내가 클린턴을 사이코패스로 진단할 수는 없지만, 그는 몇 가지 주요한 특성을 가진 듯 보이고 아마도 PCL-R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한 15점은 될 것이다. (…) 클린턴은 군대를 향해 무게 잡고 거수경례를 하는 등 흉내 내는 재주가 일품이었고, 갈채를 받을 때는 겸손을 가장했으며, 장례식에서는 적당히 침울해 보이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엄청난 슬픔을 연기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도 이야기를 꾸며내지만, 진짜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만이 그토록 큰 판돈을 걸어놓고 고난도 연기를 반복적으로 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도 사랑할 수 있을까 중에서
일반적인 범죄자들이 억제력이 부족하고 성욕과다 및 도덕적 추론을 못하는 반면, 사이코패스들은 이와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사이코패스로 추정된 연쇄살인마가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종교 상징물과 개 사진을 싣고 다는 것을 봤을 때 범죄를 향한 그들의 계획은 정교하고 보다 치밀하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그들은 보다 지능적이로 사회화된 무서운 범죄자 유형이다.
사이코패스들은 유능한 지도자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에서 최근 실시한 연구에서는 전사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결정을 잘 내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사람은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반면, 사이코패스는 기꺼이 도박을 건다. 불확실한 시기라도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군대를 움직이거나 부족을 데리고 산을 넘을 것이다. 그 결과로 그가 맡은 집단은 잘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집단에 모험을 시키는 것이 문명적으로는 이롭다. 이는 돌연변이의 대부분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어떤 돌연변이는 커다란 이익을 주는 것과 같다.
사이코패스는 절대적으로 사회에 유해한가? 작가는 사이코패스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설명한다. 사이코패스들의 보다 냉철한 판단력이 문명에 기여하는 방식은 다르다. 조물주가 만든 생명체 중 필요 없는 것은 없다. 어떤 장소에 어떻게 쓰이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두려움을 느끼는 강도가 남들보다 약하다고 한다. 그들은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위험한 상황 속에서 승리를 위해 도박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이는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말처럼 작가는 장기적으로 이러한 판단이 사회와 문명에 이로울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나는 사이코패시와 그 유전자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버리면 인류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공감에 서툴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들도 잘만 다루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중에서
이 책은 사회에서 사이코패스를 구분하자는 책은 아니다. 사이코패스는 어느 사회나 존재하며, 그들의 냉철한 판단력이 사회에 쓰이는 쓸모에 대해 적고 있다. 이 책은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범죄를 유발하는 사이코패스는 만들어진다는 것이 작가가 내린 최종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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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팰런의 '괴물의 심연' 후속작인 줄 알았으나, 아쉽게도 개정판이었다. 찾아보니 괴물의 심연은 이미 절판이었다. 책 카테고리에 괴물의 심연이란 제목이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이미 읽었던 책이라 좀 아쉬움이 있었지만,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재미가 있다. 오랜만에 읽어서 인지 새로운 감흥이 있었고, 여러 매체에 접목해서 생각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새로 나온 책은 기존의 책 보다 디자인을 다듬었고,(반짝이는 양장 표지가 예쁘다., 세부 카테고리로 내용을 쉽게 풀어 읽기가 좋았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영감을 준 책으로 유명하다. 기존의 사이코패스를 괴물로만 표현한데 반해 이후의 많은 매체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사이코패스들을 조명하고 있고, 최근에는 소시오패스와 구분 짓고 있다.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임상심리학 서적 중 이리 쉽고 편하게 쓰인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09675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