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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 오래된 한글 간판으로 읽는 도시
장혜영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8월
평점 :

사라지는 간판들 위에 짙은 사인펜으로 덧대어 쓴 글자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그 밑에 희미하게 빛바랜 화원의 간판. 빛바랜 듯한 표지, 빛바랜 것들을 건져 올리는 이야기, 책을 보는 순간 마음이 끌렸다. 내용 역시 소재와 주제를 잘 드러낸 책이었다.
도시는 자본주의의 지원 아래 오늘도 성장 중이다. 너무 빠른 성장으로 인해 지워지거나 사라지는 것들이 함께 공존한다. 혹은 있음에도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소외나 사라짐이라는 표현으로 미화되었지만, 도태라는 의미와 그에 따른 결과가 아름다울리 없다.
오래된 식당, 오래된 동네, 낡아버린 도시. 자본주의 아래 오래된 건물들의 가치는 오로지 돈이다. 자본을 생산하거나 자본으로의 기능을 가지거나 그 능력을 잃는 순간 건물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가 그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책은 이야기로 그 기능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매체가 아닐까.
발전과 미래를 얘기하는 우리의 삶은 현재와 과거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진듯 보인다. 도리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좀 더 옛날의 역사로 근대 이후 우리의 삶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도 얻기가 힘들다. 수업에서도 근현대는 역사, 정치, 사회, 문학 다뤄지는 것이 많지 않다. 최근에는 좀 늘었다고는 하는데... 글쎄.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으니 지워지고 잊혀지는 도시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 간판을 통해 보는 도시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1부 '간판이 있는 자리'에서는 도시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간판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시대의 유행을 담고 있거나, 당시 시대상을 담고 있는 간판들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에는 왜 지방 이름의 간판이 많을까'를 보면 출신지들을 담고 있는 간판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이는 당시 많은 이들이 서울로 이동한 인구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간판은 서울의 역사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자취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간판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부는 자연스럽게 간판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부 '간판에 쌓인 시간'에서는 가게와 주인이야기를 담고 있다. 간판을 유지하는 것은 주인의 의지와 애정이 필요하다. (혹은 그저 무심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가게에는 주인의 삶이 담겨져 있고, 간판은 그를 드러내는 또 다른 얼굴일지 모른다. 2부에 '간판의 얼굴을 닮은 주인장'이란 편이 있었다. 간판에 쌓인 시간들이 삶에도 고스란히 녹아져 있어 괜시리 가슴이 찡했다.
시간의 조각품처럼 여겨지는 간판을 가치 있게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나길 기대하며 하나의 시선을 보탭니다.

'그대에게 기쁨가득 오늘도 베리 나이스'하길, 영영 그러하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087435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