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A Year of Quotes 시리즈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로라 대소 월스 엮음, 부희령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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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이란 서적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책을 끝까지 읽었다는 독자에게도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물으면 쉬이 답변을 얻기가 어렵다. 많은 사람들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던 책 월든. 이 책을 다른 방식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명문장 365편을 모아 만든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과 문장들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일기문과 좋은 발췌문이 많아 순식간에 한 권을 넘긴다. 길지 않은 문장들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이렇게 쉬이 읽혀도 되는가 싶을 정도다. 천천히 읽고 싶다면 그 문장을 음미해 보자. 부드러운 문장 이면에는 한 치 더 깊어질 수 있는 삶의 모델을 제시한다. 한 장씩 넘기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을 다 읽었고, 갑자기 일기가 쓰고 싶어졌다. 다른 독자들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꼭 한 번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은 책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다.

왜 우리는 그토록 절박하게 성공하려 하고, 그토록 절박하게 일을 벌일까? 어떤 사람이 자신의 길동무와 보조를 맞추어 걷지 않는다면, 아마도 다른 북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침착하게 가든, 얼마나 멀리 가든, 자신에게 들리는 음악에 맞춰 걸어가게 내버려 두라. 사과나무나 떡갈나무만큼 빨리 열매를 맺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라고 할 것인가?

4월 26일 | 맺는말 '월든'

이 책의 많은 이야기는 계절과 자연을 이야기하고 삶에 대한 단상을 담고 있다. 소로는 자연을 그리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계절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라. 그 공기를 호흡하고, 그 음료를 마시고, 그 열매를 맛보고, 그 영향력에 자신을 맡겨라. 모든 자연은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연을 담을 줄 아는 작가가 없음에 한탄하고 자연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적는 작가. 산책할 때는 감각을 더 자유롭게 풀어 주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남는다.

과거의 글이다 보니 독특한 비유법이 많았다. 굶주린 개에게 주는 뼈다귀처럼 꽁꽁 얼어붙은 추운 겨울이 우리에게 던져졌다. 우리는 그 골수까지 빼먹게 될 것이다. 알 것 같지만 알기 어려운 비유법. 위 인용문처럼 멋진 문장도 있으나, 재밌는 비유법도 다수 찾을 수 있었다. 여러 방법으로 읽는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지식을 향한 나의 욕망은 이따금 멈출 때가 있지만, 내 발이 모르는 저 위 공중에 내 머리를 두고 싶은 욕망은 영원하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성과 연민이다. 불분명한 소설이나, 그 부족함이 갑자기 드러나는 예전의 지식을 넘어서는 최상의 지식이 어떤 경지에 이를지 나는 모른다. 우리가 철학에서 꿈꿔 온 것보다 하늘과 땅에서 더 많은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한 발견은 태양이 환히 비치면서 안개가 걷히는 것과 같다.

2월 29일 | 걷기(1862)

잠언 같은 글귀와 함께 삶에 대한 다양한 작가의 시각을 볼 수 있는 글도 많았다. 정치와 삶에 대한 태도 등도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투표를 게임이라고 묘사한 글은 인정할 수 없지만, 작가는 삶과의 동행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교과목을 투표하는 글 등 투표에 관한 몇몇 글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투표의 결과는 인정해야 하지만, 투표를 하는 대중의 지혜를 인정하지 않는듯하다. 너무 자연을 사랑하는데 반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애정은 없는 듯 보이기도 한다.

나는 실험을 통해서 적어도 이것만은 알게 되었다. 꿈을 향해 자신 있게 나아가고, 상상했던 삶을 살려고 노력하면, 기대하지 않았던 평범한 시간에 성공을 만난다는 것. 허공에 성을 지었다고 해도 당신이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다. 성이 있어야 할 자리가 바로 그곳이다. 이제 그 밑에 토대를 놓으면 된다.

12월 25일 | 맺는말 '월든'

자연을 예찬한 작가. 무한한 가능성을 지식보다 자연에서 찾은 소설가. 그의 주장과 나의 의견을 완벽히 일치 시킬 순 없으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꿈을 향하는 삶을 얼마나 아름다운지. 작가도 독자도 꿈을 꾸는 삶을 살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에게서 적는 도전과 격려의 문구는 어떤 잠언의 글귀보다 멋지다. 도전하는 삶은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과정일 뿐. 이제 토대를 놓으면 된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힘을 얻는다.


이 에세이와 유사한 글이 인문학에 들어가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을 어느 분야로 구분 지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다. 작가는 의미 없다 말할 테지.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읽은 독자들은 자연을 사랑하는 이 소설가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의 문장을 사랑하고, 그의 감성에 젖어들게 될 것이다. 그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 하거나, 일기를 쓰고 싶어질 수도 있다. 하나같이 좋은 영향력이라 이 책의 선한 영향력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읽기에 부담이 없어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664067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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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짧은 소설 1 : 시스터후드 (워터프루프북) 민음사 워터프루프북
최진영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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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작아서 들고 다니며 읽기 좋았습니다. 여러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매력적인 책이라 생각해 다른 시리즈도 구매했는데 시리즈 1편이 없는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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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무용지물 MYZM Vol.1 - 무용하고 아름다운 예술가 인터뷰집
비러프(be rough) 지음 / 비러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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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무용하다. 아니 세상의 시각이 예술을 무용하게 만들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쓸모없어진 예술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인터뷰집 '무용지물'. 예술도 주목받지 못하고 말하면서 그들이 주목하는 건, 예술이라 칭해지는 것 중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에 집중한다. 일상적이거나 혹은 일상적이지 않거나, 주목받지 못하거나 익숙하지 않기에 외면당하거나, 인디 혹은 마이너라 칭해지고, 주류에 순응하지 못했기에, 누군가는 엇나같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말할 세상에게 '그게 뭐 어때'라는 듯 바라보는 편집자들의 시선은 젊다. 이 잡지는 젊기에 할 수 있는 따뜻한 감각이 아닐까.

코미디 잡지로 독립출판을 하는 '록셔리 월드'의 현영석 작가는 제멋대로 사는 삶을 너무 좋아해서 잡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인터뷰는 너무 일상적이라 무용하다고 말하나, 그가 구매한 것은 생필품이라 살아가는데 필수적이고, 잡지를 만드는 행위는 본인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무엇하나 무용하지 않다.

일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지만, 창작은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는 창작집단 표착인류. 글을 그들에게 하나의 치유이고 삶의 순간들이다. 생존을 위한 순간은 그 어떤 것도 무용하지 않다. 무용해질 수 없다.

등단을 해야만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등단하지 않고 시인이 된 사람 김선오. 그는 무용함이 시를 구원한다고 말한다. 목적이 없는 문학은 보다 정직해진다. 시인이여서 일까, 말과 단어 하나하나가 아름다웠던 인터뷰. 그의 글이 어디에 정착할지가 궁금해졌다.


편집자는 인터뷰의 말미에는 최근에 한 무용한 일을 묻는다. 무용한 일은 무용하기에 그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무용한 듯 보이나 무용하지 않은 일들이었다. 삶의 매 순간 내가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다 해도 그것은 결코 무용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런 무용한 예술가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신들 가슴 속에 있는 것들을 뱉어낼 대나무 숲이 아니었을까. 너무 좋아서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가치를 마주하는 시간. 예술이 주는 무용함의 구원은 결코 무용하지 않았다.

'무용지물' 잡지의 서문에는 책을 읽은 이들이 예술적 행위, 그 무언가 하고 싶다면 그 자체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예술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 어떤 때보다 무언가를 쓰고 싶어졌다. 이 잡지는 현재 알라딘과 커넥츠북에서만 확인이 되었다. 앞으로 보다 많은 곳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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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 연습
레몽 크노 지음, 조재룡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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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상황이 수백가지의 문장으로 분화된다. 쓰는이에게도 읽는 이에게도 기발한 놀라움과 재미를 선사한다. 글을 조금 더 재밌게 써 볼 수 있지 않을까 설레임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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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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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의 트리플 시리즈는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와 함께 최근 작품의 경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 서적이라 할 수 있다. 작아진 여성들의 가방만큼 함께 작고 얇아진 서적. 독자들은 예전처럼 긴 시간을 들여 독서를 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틈새 시간 편하게 들고 다니며 읽기도 편하다. 예쁜 표지는 소장 욕구를 충족시킨다.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기도 좋다. 예쁜 책은 그만큼 홍보효과가 좋다고 한다. 무언가 아쉽다.라는 감정을 지울 수는 없지만 출판계 역시 살아남기 위해 독자의 기호에 맞춰 변신 중이다.

트리플의 11번째 시리즈는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를 통해 2021년 신춘문예 2관왕을 달성한 신인 작가이다. 황인찬 시인이나 안태운 시인 등 최근 활약하고 남성시인이나 박선우 같은 작가들은 보면 과거 남성작가들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느낌이 없다. 정치적인 색깔이나 사회적 시간을 다룬 작품들 보다는 사랑과 연애얘기를 주 소재로 다루고, 부드럽고 유연한 감성을 가진 작품들가 들이 꽤 많이 등장했다. 이런 작품들을 보다보면 세상이 바뀌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윤치규 작가의 러브 플랜트에서 연애. 결과. 이혼 세 가지 소재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각 장 마다 자신의 방식대로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해 할 수 없는 상대. 고정 관념으로 대하는 편견이 주는 폭력에 대한 대사가 묘하게 맘을 찌른다. 아무리 사랑해도 결국은 남이고 내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를 보다 가까운 나로 만드려는 엇갈림이 존재하기도 한다. '너는 왜 네가 보고 싶은 대로만 봐?'라고 묻는 희주의 질문은 그런 상대와 세상에게 되묻는 질문이 아닐까. 각기 다른 사람들의 연애에서 보이는 이해와 소통에 부족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들의 이야기와 다른 듯 닮아 있어 쓸쓸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초승달이라니까, 너는 왜 항상 네가 보고 싶은 대로만 봐?

일인칭 컷

여자친구의 비혼식에 참가한 나. 사람들은 자신이 결혼을 한다 해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식을 언제 올리냐고 물어오지만 자신은 웃을 수 없다. 다시 만난 희주는 밖의 나무가 야자나무인지 팜트리인지를 물어본다. 새로 산 악세사리 하나에도 초승달인지 그믐달인지를 가지고 언쟁을하면서 왜 네가 보고 싶은대로만 보냐는 희주. 사실 그녀가 진짜 묻고 싶던 이야기는 퇴사 전 성희롱과 그것을 용서한 나에 대한 원망에 가깝다. 자신은 용서하지 않았는데 너는 왜 그것을 용서했냐고 되묻는 그녀의 말. 팜트리도 야자나무도, 초승달과 그믐달도, 그리고 용서도 그게 뭐가 문제냐고 되묻고 싶은 나에게 비혼식은 희주가 던지는 복수에 가깝다. 아니면 희주는 '나'가 되물어 주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 때마다 현영은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게 제일 괴로웠다. 이 모든게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 나를 만나도 똑같다는 것. 내가 곁에 있어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 그런 생각이 자꾸만 나를 어딘가 아득히 먼 곳으로 내몰았다.

완벽한 밀 플랜

신혼 여행을 온 나와 현영. 결혼도 신혼 여행도 삶에 있어 한번 뿐인 대사다. 완벽하길 바라는 계획은 조금씩 어긋나기만 한다.

아내인 현영은 조금 우울하고 손목을 긋거나 술을 과하게 마시고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 내가 곁에 있어 나아지기를 바랐으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 때마다 그녀는 괜찮다고만 말할 뿐이다.

여행은 또 어떠한가. 계획은 계속해서 꼬이기만 하는 일정. 바다거북은 보이지도 않은 채 손바닥에 상처만 입었다. 남들이 보이는 거북이 왜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을까. 현영은 가이드가 말한 뿔달린 물고기에게 찔린 것이 아니냐 묻지만 나는 그럴리가 없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계획과 의지에 따라 바뀌길 바라는 나에게 결혼은 어떠한 결과도 내비치질 않는다. 어두운 밤바다를 헤엄치는 현영은 여전히 위태위태해 보인다. 부표를 통해 그녀의 위치를 확인하려 하지만 까만 밤바다는 어떠한 경계도 알려주지 않는다.

소송으로 헤어지면 바닥을 본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상대방 바다가도 보지만 결국 내 바닥도 보게 되는 거예요.

러브 플랜트

이혼 후 퇴사한 뒤 꽃집을 운영하게 딘 남자. 그는 고백을 꽃으로 하는 사람들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허나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고, 그 마음을 화분이나 꽃을 통해 전달하게 되는 아이러니. 이주변에서는 재혼이나 여자를 소개 받으라고 말을 해오지만 그는 그저 지켜볼 뿐이다. 이혼이란 시련을 겪은 남자의 사랑은 배려와 함께 한 층 성숙하고, 동시에 식물처럼 고요하다.

신인 작가답지 않은 섬세한 표현력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그 안에 녹여져 있는 삶의 경험들이 공감대를 쌓아가며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사랑 참 어렵다. 하지만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세상의 눈과 세상의 잣대에 맞추려는 시각이 아닐까. 완벽한 밀 플랜에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라는 현영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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