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의 트리플 시리즈는 현대문학의 핀 시리즈와 함께 최근 작품의 경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알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 서적이라 할 수 있다. 작아진 여성들의 가방만큼 함께 작고 얇아진 서적. 독자들은 예전처럼 긴 시간을 들여 독서를 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틈새 시간 편하게 들고 다니며 읽기도 편하다. 예쁜 표지는 소장 욕구를 충족시킨다.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기도 좋다. 예쁜 책은 그만큼 홍보효과가 좋다고 한다. 무언가 아쉽다.라는 감정을 지울 수는 없지만 출판계 역시 살아남기 위해 독자의 기호에 맞춰 변신 중이다.
트리플의 11번째 시리즈는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를 통해 2021년 신춘문예 2관왕을 달성한 신인 작가이다. 황인찬 시인이나 안태운 시인 등 최근 활약하고 남성시인이나 박선우 같은 작가들은 보면 과거 남성작가들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느낌이 없다. 정치적인 색깔이나 사회적 시간을 다룬 작품들 보다는 사랑과 연애얘기를 주 소재로 다루고, 부드럽고 유연한 감성을 가진 작품들가 들이 꽤 많이 등장했다. 이런 작품들을 보다보면 세상이 바뀌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윤치규 작가의 러브 플랜트에서 연애. 결과. 이혼 세 가지 소재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각 장 마다 자신의 방식대로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해 할 수 없는 상대. 고정 관념으로 대하는 편견이 주는 폭력에 대한 대사가 묘하게 맘을 찌른다. 아무리 사랑해도 결국은 남이고 내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를 보다 가까운 나로 만드려는 엇갈림이 존재하기도 한다. '너는 왜 네가 보고 싶은 대로만 봐?'라고 묻는 희주의 질문은 그런 상대와 세상에게 되묻는 질문이 아닐까. 각기 다른 사람들의 연애에서 보이는 이해와 소통에 부족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들의 이야기와 다른 듯 닮아 있어 쓸쓸한 공감대를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