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 -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의 빛을 따라서 아우름 30
엄정순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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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표지의 책.
[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
동글 동글 노란 점이 바로 눈이였다.

과연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눈뜬 장님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 엄정순님은 화가이다. 어릴 때부터 '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다고 한다.
이 책에 시각예술가로서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의 질문에 같이 궁금해하고 그들과 공동의 호기심에 답하는 과정을 담았다.

제1부 장님 코끼리 만지기 : 다르게 보는 우리들의 눈
제2부 점에서 코끼리까지 : 꿈을 향해 나아갈 때 필요한 것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
평소 익숙한 집이지만, 눈 가리개를 한다면 과연 잘 생활할 수 있을까?

저자는 20년 전 우연한 기회에 시각장애 학생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같이 미술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맹학교를 찾아가 자원봉사자로 미술 시간을 맡으면서 다른 눈을 가진 아이들과 만났다.
시각 장애는 깜깜함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미술 작업을 하면서 그들의 세계가 단지 암흑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기 다르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각자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만들고 있는 아이들의 눈을 하나 하나 유심히 바라본다. 빛과 어둠만을 구별하는 눈, 30센티 이내의 큰 사물이나 움직임만 보는 눈, 그보다 좀 더 멀리 50센티 내의 사물만을 구별하는 눈, 시야의 주변은 흐릿하고 가운데만 선명하게 보이는 '터널 비전'이라 불리는 눈, 시야의 반만 보이는 눈, 시야 여기 저기에 검은 점이 떠 있는 눈, 모든 것이 두 개로 보이는 눈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P 41)


미술 작업을 하고 있는 우리들 중에 보지 못하는 눈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시력과 시야와 색깔은 다르지만 우리들의 눈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보고 있었다. 누구에게 보이는 것이 누구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렇게 서로 다른 지점에서 볼 뿐이다. (P41)

 

아이에게 차이나타운의 기억은 시각적 풍경이 아니었다.
더웠고, 아팠다 등의 몸의 기억만 있을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그 몸의 기억을 이미지화할 수 있는 것이 계단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그린 계단 그림이 참 멋졌다.  차이나타운은 '천 개의 계단'이었던 것.

'그림은 앞이 보이지 않는 자가 하는 일이다.
그는 본 것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느낌을 표현한다.'

                                                              - 파블로 피카소-

시각장애가 있다면, 정말 미술을 할 수 없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다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시각장애 아이들과 함께 '코끼리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코끼리 걷는다'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거대한 코끼리를 아이들이 직접 만나는 특별한 경험은 우여곡절 끝에 가능하게 되었다.

그날 난 처음으로 코끼리를 만져 보았다. 360도 휘도는 무척 유연해 보이는 코가 그렇게 단단한 근육으로 되어 있는지 몰랐다. 마치 자동차 타이어를 만지는 듯 충격적인 느낌이었다. 역시 보는 것과 만지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P125)

앞이 보이지 아이들이 코끼리를 만져보는 경험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코끼리를 만져보고, 코끼리를 표현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감동하는 저자의 모습이 나에게 감격스러웠다. 모든 아이들에게 각각 다양한 모습으로 코끼리가 각인되었을테지.
눈에 안대를 하고, 장애 체험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2인 1조로 짝이 되어서 한 명은 안내자, 한 명은 체험자가 되었다. 안내자의 손길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길 수 있어야 했다. 안대를 하고 걸어가면서 장애물도 건넜다.
늘 보이던 앞이 깜깜했다. 처음에는 한 발을 내딛는 것도 두려웠지만, 시간이 흘러갈 수록 안내자를 믿으면서, 내 두 발을 믿으면서 걸어갔었다.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 한 코끼리 프로젝트를 검색해보니,
https://blog.naver.com/kimsul0311/90185849730

 
코끼리 프로젝트를 한 아이들의 모습이 참 즐거워 보인다. 
아이들만의 코끼리로 재탄생되는 모습도 멋졌다.

저자는 다르게 보는 법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오랫동안 시각 중심으로 살아온 감각과 인식에서 벗어나서 전반적인 감각을 고르게 가지길. 편향된 감각으로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나와 다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을 찾을 수 있길 희망한다.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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