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유물에 있다 - 고고학자, 시공을 넘어 인연을 발굴하는 사람들 아우름 27
강인욱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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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에 대해 알게 해 준 영화는 바로 [인디아나 존스] 였다.
땅 속에 파뭍혀있는 엄청난 보물들.
옛 유적과 유물이 가진 가치를 찾는 작업이 바로 고고학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 강인욱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부를 마치고 석사학위를 받은 후,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분소 고고민족학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 북방 지역 고고학으로 매년 러시아, 몽골, 중국 등을 다니며 새로운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고고학 관련 책은 유독 일반 독자나 입문하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책이 없었다고 말한다.  지난 2016년 월간 [샘터]에 1년간 연재한 <고고학은 살아있다>라는 칼럼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새로운 유물들을 보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상들을 개인 블로그에 기록한 내용도 보탰다고 한다.

 

책은 1부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2부 고고학자의 노트로 이루어져 있다.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진 글이라 쉽게 읽힌다.
조로아스터교는 단순히 불을 숭배하는 종교라 치부하고 잘 알지 못했다.
신성한 불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의식으로 유명하다니.
조로아스터교가 마니교, 네스토리우스교와 함께 실크로드의 3대 종교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는 조로아스터교를 믿지 않더라도 따뜻한 불은 추위로 떠는 이웃들에게 곧 신의 사랑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작은 불씨를 이웃에 전하기를 이야기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와 열네 살 연하였던 고고학자 맥스 맬로원의 결혼 예화는 작년 겨울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을 보러갔다가 들었기에 흥미를 끌었다. '고고학자는 오래될수록 흥미를 더 느끼니 여자에겐 최고의 남편감'이란 재치 있는 답변을 했다니.

사람이 늙는다는 것도 마치 고고학의 층위처럼 인생의 경험이  한 층 한 층 쌓여 가는 과정이다. 사람이 노화된다고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치 풀숲에 가려진 옛 유적처럼 그들의 지혜는 무의식의 저편에 묻혀 있다가 필요할 때에 발현되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언제나 늙은이의 지혜를 믿어 왔다.(p43)

인생의 경험이 한 층 한 층 쌓여가는 과정을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을까?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더 지혜로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동안 열풍이 부는 요즘,  억지 춘향이는 되지 말자.
한 해, 두 해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자의 전공이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  북방 지역 고고학이니 만큼 몽골 초원에 관한 이야기, 발해에 관한 이야기들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발해를 소재로 한 러시아 소설  <시호테 - 알린 산맥의 상형문자>이 출판되었다니 놀랍다. 러시아 영역 안에 존재했던 동양의 신비로운 나라로 인식되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지 궁금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낯선 용어에 접하게 될 때,  저자가 여는 글에서 했던 염두가 생각났다. [과하마와 프르제발스키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면 외계어로 느껴질테니깐.

1부를 주르륵 읽고 나서 2부를 맞이 했다.

고고학은 파편만 남은 유물을 매개로 과거와의 인연을 잇는 학문이다.
고고학자가 발굴하는 유물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인연의 낀인 셈이다.
고호학자가 발견하는 유물은 크게 의도적으로 묻힌 것과 우연히 버려진 것으로 나뉜다. (p131)

고고학의 목적은 황금이 아니며, 고고학은 과거의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밝히는 인문학이다. 거대한 건축물의 화려함이 아니라 건물을 만들고 살았던 사람들을 공부한다. 자그마한 유물에서 과거와의 인연을 찾고, 또 그 속에서 과거의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p134)

은근과 끈기로 우직하게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숨겨진 보물찾기가 아닌 것이니깐.  과거의 흔적을 통해 과거의 삶을 고찰한다는 건 참 뜻깊은 일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떠올렸던 [인디아나 존스] 영화는 머리 속에서 지워버려야할지 모르겠다.


고고학자가 무덤에서 발굴하는 것은 대개 말라비틀어진 뼛조각, 그리고 토기 몇 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무덤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던 과거 사람의 슬픔, 그리고 사랑이 깃들어 있다. 수천 년간 땅속에 묻혀 있던 유물 속에서 그 사랑의 흔적을 밝혀낸다는 점에서 고고학자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p149)

고대 무덤 속에서 사랑의 흔적을 찾아낸다는 표현이 참 멋지다. 자신의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고고학자들은 일반인은 으스스하게 여기는 해골과 뼛조각들을 귀하게 여긴다.  어린 시절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갔던 기억을 생각해보라. 아는 만큼 보지 않았던가.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주먹도끼는 그냥 돌맹이일 뿐.

잘 알지 못하는 고고학자들을 소개하면서 책을 끝을 맺는다.
구처기, 니콜라스 위트센, 진펑이, 로자 자릴가시노바,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고고학자들의 업적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그들의 끈기있는 연구를 통해, 역사는 더욱 견고해지는 것이 아닐지.
고고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과정에 대한 흥미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겼다.
우리에게 주어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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