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사자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 / 마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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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앙증맞은 고양이님을 보라!
좁은 문틈으로 슬며시 보이는 장난가득한 얼굴.
두 발을 버둥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애비게일 터커이다.
책 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글을 잠시 옮겨본다.

애비게일 터커는 자연과학 잡지 [스미스소니언]에 뱀파이어 인류학과 생체발광 해양생물, 고대 맥주 고고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중략)

평생 고양이와 함께해온 터커는 무자비하고 이기적인 육식동물인 고양이에게 헌신하는 자신의 행위에 의문을 품고 인간과 고양이 간의 신비로운 관계에 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각 나라의 표지를 보면, 한국판 표지가 귀요미 대장이 아닌가?! 하하
일본판 반고양이 + 반 사자도 위트있다.
고양이에게 열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충실한 고양이 집사인 터커가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를 탐구하고,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평생 고양이를 모시며 살아가는 저자의 고백록이라고 해야 할 까?

 

 

 

표지만 봤을 땐 심쿵한 고양이님들이 가득하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빽빽한 활자에 화들짝 놀랄 수도 있다.  
본문은 329쪽, 336-372쪽은 각 주, 373-382쪽은 찾아보기이다.
한 권을 다 읽으면, 마치 논문을 여러 편 읽은 느낌이 든다.

부제 : 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이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개와 고양이의 특징 비교한 글을 고등학교 영어 문제집 지문으로 접했던 기억이 있다.

개와 고양이가 친구가 될 수 없는 점이  조목조목 적혀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개와 고양이의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것이다.
개는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하지만, 고양이은 꼬리를 든다는 것 자체가 위협의 신호로 느낀다는 것이다.

개 : “반가워~"(살랑 살랑 꼬리침)
고양이 : "뭐?!?! 공격개시?!?!" ( 무서워~ 도망)

물론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와 고양이를 같이 키운다면,
사이좋게 지내는 동물 친구가 된 경우도 있다.
가끔씩 <동물농장>이나,  <세상에 이런 일이> 등의 프로그램에
사이좋은 동물 친구들이 소개되기도 하지 않은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스스로 가축화된 동물이 바로 고양이라는 것.
멸종 동물을 다 잡아먹는 생태계의 최고 포식자가 바로 고양이란다.
믿고 싶지 않지만, 고양이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기존 동물들의 삶을 위협한다고 한다.
현재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고.

미국에서도 유기묘들을 안락사하고, 포획하여 죽인다고 한다.
중성화 수술을 해서 고양이의 번식을 막는 노력도 하지만, 역부족인 현실.
인간이 고양이를 너무 사랑하고, 애지중지 키우다보니 생태계 균형이 깨져버렸단다. 역시 과유불급이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다른 동물들에 비해 고양이한테 이득을 얻기란 어려워보인다.

오히려 고양이님을 모시고 산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개처럼 맹인을 안내하지 않는다. 폭발물이나 마약을 탐지하지도 않는다.
토끼나 여우처럼 털가죽을 제공하지 못한다.
사슴이나 말처럼 털가죽, 고기 등을 얻지 못한다.
고양이는 먹고, 자고, 또 자고, 자고...
그 존재만으로 정서적 교감을 한다.

나 또한 한 때 고양이를 키웠었고,
아파트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 바로 우리 엄마였다.
현관문이 열려있을 때,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양이가 성큼성큼 들어와서 놀라기도 했었다.
마치 자기 집인 마냥 뻔뻔하게 들어와서 밥달라고 야옹거리다니!

길거리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미유~ 미유~” 소리를 내며 인사를 먼저 건낸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나를 똑바로 보면서
“고양이 소리를 내는 인간이라니!" 라는 말을 하는 듯 했다.

고양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는 사실,
자기 몸에 대한 통제권이 고양이에게 있어야 한다는 사실.
흔히 고양이는 개보다 키우기 쉽다고 오해한다.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환경 변화에 예민하다.
유연한 생명체이긴 하지만, 고양이의 습성과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

 

 

 

 

여러 챕터 중에서 <고양이의 목숨은 '좋아요' 개수만큼 >
이 마지막 장에서 현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랜선 집사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고양이 콘텐츠가 인터넷을 장악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고양이 릴법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팔로워가 174만명이라니.
릴법은 이빨이 없고, 아래턱이 발달하지 않아서 혀가 항상 나와 있다. (일명 메롱 야옹이)
골다공증과 왜소증을 앓고 있는 고양이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릴법의 얼굴이 티셔츠, 가방, 양말 등의 굿즈로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다.

또한 릴법의 수익금 중 일부를 좋은 곳에 사용하고 있다.
"우주대스타 고양이님 릴법"

저자는 책 전반을 통해 고양이 같은 동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고양이를 한낱 놀잇감이 아닌 자기만의 전략과 사연을 가진 강인한 생명체로 보길 바란다. 

어쩌면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이 사람을 길들인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반려 동물로 고양이와 함께한다면, 주종 관계는 아무 의미없는 일이 아닐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
반려 동물로 고양이를 입양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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