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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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께서 신간을 내셨다.
바로 [기다리는 행복] 이다.
이 책은 야금야금 아껴서 읽고 싶은 책이다.
다시 꺼내서 읽고도 또다른 맛이 느껴진다.
첫 맛은 마냥 달콤했지만, 다시 맛보는 맛은 달콤쌉쌀하다.
수도자의 50년 일생이 담겨있는 책이라 무게감이 꽤 느껴지지만,
흰구름 수녀님의 특유의 포근함이 나를 감쌌다.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 수녀님을 직접 뵌 적은 대학 교양 수업에서 였다.

새내기 시절, [문학의 이해] 란 교양 선택 과목의 교수님이셨다.

수녀님 성함을 보고 친구랑 바로 수강 신청을 했었던 풋풋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대학을 졸업한 지도 십수년이 지났고, 더 이상 풋풋한 나이는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풋내 가득한 나이라고 말하고 싶다.

1부 일상의 행복
2부 오늘의 행복
3부 고해소에서
4부 기다리는 행복
5부 흰구름 러브레터
6부 처음의 마음으로 - 기도 일기

수녀님께서 예전에 적었던 글들이 엮어져 있다.
법정 스님을 비롯한 편지 글벗들의 소중한 추억도 남겨있고.
월간 샘터에서 <흰구름 러브레터>로 연재했었던 글들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흰구름 수녀님의 글과 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된다.
내가 가톨릭 신자라 더 공감이 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동안 깨어있지 못했음을, 타성에 젖어 지내왔음을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한평생 기도 속에 계신 분이 날마다 새로워지기 위해 고분분투 하시는그 모습에 조용히 두 손을 모을 수 밖에 없다.
조용조용한 어투로 어린아이 달래듯 타일러주신다고 할까?
또랑또랑하셨던 수녀님의 음성이 내 귀에 맴도는 듯 했다.

2008년부터 암투병을 하셨으니, 이제 10년이 되셨다.
늘 생기가득 한 눈빛, 맑은 목소리의 수녀님이셔서 암 투병의 고통을 잘 찾지 못했었다.

그 동안 말 못할 고통과 아픔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오히려 아픔을 통해서 환자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수녀님.

 담담히 이야기하시는 모습에 흰구름 수녀님의 두 손을 꼭 쥐고 함께 촛불 앞에서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 멀리 광안리 수녀원에 계시지만, '저의 분홍빛 화살기도도 잘 받아주세요.'


오랜 세월동안 수도 생활과 시인, 작가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짊어지셔야 했던 삶에서 있었던 힘겨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오해와 구설수에 마음 앓이를 하셨던 수녀님.

 자신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그 잘못을 뒤집어쓰시는 그 모습에서 참 신앙인의 자세를 배운다.
[기다리는 행복]을 읽으면서 나만의 배경음악으로 <떼제 음악>을 찾아서 들었는데 참 잘 어울렸다.

자꾸 두 눈에서 뜨거운 방울이 맺혀서 속으로
'집에서 혼자 책을 읽을 수 있어 참 다행이야, 참 감사해.' 라고 말해 본다.
삶과 죽음의 경계 어딘가에서, 감사와 기쁨을 발견하는 소박한 행복의 삶을 살아가는 수녀님.

수녀님의 일기장을 무심한 척 훔쳐보고, 고해소 옆 칸에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죄 고해를 몰래 듣다보니,

내 마음이 함께 울렸나보다.


바르고 고운 말, 고운 향기가 가득한 사람.
그리스도의 향기를 온몸으로 전하시는 수녀님.
종교를 초월해서 수녀님의 글은 우리에게 사랑의 단비처럼 반갑다.
외롭고, 슬프고, 힘들고, 처절한 고통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슬며서 다가오는 뜨끈한 국수 한그릇 같은 책이다.
흰구름 수녀님의 상상 속 국수집이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국수.
정겨운 국수 한가락 후르륵 흡입하듯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한입만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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