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그냥 사는 세균과
달리 기생충에게는 꿈이 있다. 자손을 많이 낳아서 모든 사람의 몸속에 자기 후손들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
한낱 미물이라 할지라도 꿈의 유무에 따라 행동 양식은
크게 달라진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적당히 일하다 그만 둬야지'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과 '나는 꼭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행동이 같을 수는 없다. 그것은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기생충에게도, 사람에게도 꿈이 필요한 이유다.
(p51-52)
1992년 우리나라 기생충 감염률은 3.8% 로
떨어졌다. 이후 기생충학자들은 "기생충도 없는데 뭘 연구하냐?"는 비아냥거림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건 기억하자. 자기 나라에 없는
기생충이라도 열심히 연구하는 곳이 바로 선진국이며, 이런 인류애가 있어야 노벨 과학상도 탈 수 있다는 것을. (P77)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스마트폰만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러는 동안 인간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지독한 근시가 됐다. 늘 좁은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다 보니 시력이 점점 퇴화했고, 결국 15cm 바깥의 물체는 식별하지 못하게 됐다.
둘째, 걷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운동 같은 걸 하는 대신
앉아서 스마트폰만 하다 보니 근육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
셋째, 뇌가 작아졌다. 자기 집 전화번화를 비롯해서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다 보니 머리를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넷째, 인간의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스마트폰이 주는
즐거움에 빠지다 보니 남녀가 만나도 서로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다 집에 가곤 했다. 결혼을 한 부부도 집에서 대화를 하는 대신 스마트폰만 열심히
봤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숫자가 매년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스마트폰 탄생 100주년이 되기 직전,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졌던 침팬지들이 인간을 공격했고,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가 됐다.(P82)
한낱 미물인 기생충에게도 배울 점이 있는 법,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들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는 기생충의 글로벌 마인드를 배웠으면 좋겠다. (P87)
개를 버리는 일은 그 개를 밑바닥의 삶으로 내모는 잔인한
짓이기도 하지만 개회충을 확산시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버린 개는 개회충으로 돌아온다. (P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