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25
서민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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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기생충이 관심받는 날이 왔다.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의 신간.
요즘 티비에서 자주 뵙게 되는 분이다.
사실, 난 서민 교수에 별관심이 없었다.
가끔 언론 기사에서 기생충 박사에 관한 글을 봤지만, 나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EBS 까칠남녀]에서 패널로 나와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급호감이 갔다.  여성들을 존중하는 태도, 적절한 언어 사용을 하시는 모습에
어느 순간 내가 네이버 검색창에 [서민] 을 찾고 있었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기생충의 마음
2부는 서민 박사의 시간
목차를 대충 훑어보니, 저자의 기생충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기생충 연구의 한 길을 가고 있는 분의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할까?

나에게 기생충이란 어떤 존재일까?
보건학부 물리치료학을 전공한 나에겐
익숙한 기생충들.
공중보건학 시험엔 수많은 기생충 이름을 외우느라 머리가 아팠었다.

회충, 요충, 편충, 광절열두조충,주혈흡층 등등
각각의 특징이랑 기생충의 숙주 알기.
헷갈림의 연속이었다.
기생충 모습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 그 충격이란!
지금도 생각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우리 뱃 속엔 잘 알지 못하지만, 기생충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기생충 [parasite음성듣기, ]
기생동물 중 특히 사람이나 유용동물을 숙주로 하여 어떠한 피해를 주는 것의 총칭. 원생동물, 선형동물, 편형동물, 절지동물에 속하는 것이 많고, 기생충학에서는 관용적으로 원생동물을 원충류, 선형동물 · 편형동물을 합쳐 유충류라고 한다. 내부기생충에는 주요 종이 많이 포함되며, 외부기생충에는 소위 흡혈동물이 많다. 기생충학에서는 일시적으로 동물의 체표에 멈추어 흡혈하는 모기나 파리매, 진드기 등도 편의적으로 여기에 포함시키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기생충 [parasite, 寄生蟲] (생명과학대사전, 초판 2008., 개정판 2014., 도서출판 여초)



"이 기생충 같은 놈" 이란 말은 심한 욕과 진배없다.
기생충은 정말 저자 말처럼 오해받고 있는 것일까?

각 장은 짧은 호흡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기생충들을 소개하는 저자. 그 기생충들을 연구하면서 느낀 점을 기록한 글이다. 
징그럽고 혐오스럽게 여겼던 기생충들이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친근하게 다가온다.
물론  광절열두조충, 왜소조충, 창형흡충, 톡소포자충, 회선사상충, 주혈흡충, 키토마 엑시구아 등등 용어는 낯설기는 매한가지일테다.

하루하루를 그냥 사는 세균과 달리 기생충에게는 꿈이 있다. 자손을 많이 낳아서 모든 사람의 몸속에 자기 후손들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


한낱 미물이라 할지라도 꿈의 유무에 따라 행동 양식은 크게 달라진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적당히 일하다 그만 둬야지'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과 '나는 꼭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행동이 같을 수는 없다. 그것은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기생충에게도, 사람에게도 꿈이 필요한 이유다. (p51-52)


1992년 우리나라 기생충 감염률은 3.8% 로 떨어졌다. 이후 기생충학자들은 "기생충도 없는데 뭘 연구하냐?"는 비아냥거림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건 기억하자. 자기 나라에 없는 기생충이라도 열심히 연구하는 곳이 바로 선진국이며, 이런 인류애가 있어야 노벨 과학상도 탈 수 있다는 것을. (P77)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스마트폰만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러는 동안 인간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지독한 근시가 됐다. 늘 좁은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다 보니 시력이 점점 퇴화했고, 결국 15cm 바깥의 물체는 식별하지 못하게 됐다.

둘째, 걷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운동 같은 걸 하는 대신 앉아서 스마트폰만 하다 보니 근육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

셋째, 뇌가 작아졌다. 자기 집 전화번화를 비롯해서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다 보니 머리를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넷째, 인간의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스마트폰이 주는 즐거움에 빠지다 보니 남녀가 만나도 서로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다 집에 가곤 했다. 결혼을 한 부부도 집에서 대화를 하는 대신 스마트폰만 열심히 봤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숫자가 매년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스마트폰 탄생 100주년이 되기 직전,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졌던 침팬지들이 인간을 공격했고, 지구의 새로운 지배자가 됐다.(P82)



한낱 미물인 기생충에게도 배울 점이 있는 법, 국적을 가리지 않고 다들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는 기생충의 글로벌 마인드를 배웠으면 좋겠다. (P87)



개를 버리는 일은 그 개를 밑바닥의 삶으로 내모는 잔인한 짓이기도 하지만 개회충을 확산시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버린 개는 개회충으로 돌아온다. (P103)





저자의 글을 읽으며, [기생충 - 동반생물] 로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기생충에 대한 오해와 거부감에 대해 온몸으로 항변하고 있었다.
'기생충보다 못한 사람'이 현 사회엔 많이 있다. 
한낱 미물인 기생충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기생충학  연구는 전 인류애적 사명임을 이야기하는 저자.
비주류 학문인 기생충학을 꾸준히 연구했기에, 지금의 서민 박사가 있는 것이다.




2부에서는 저자의 글쓰기 사랑과 예찬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저자는 글을 쓰면서 성장한 분이다.
책 날개의 저자 소개글을 잠시 적어본다면,

서울대 의대 시절, 소심함과 외모 콤플렉스를 벗어나고자 글쓰기를 시작하여 10여년의 글쓰기 훈련을 거쳐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 스타일을 완성해갔다. ......(중략)
그 외 저서로 <서민의 기생충 콘선트>,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기생충의 변명>, <대통령과 기생충> 등 기생충 관련 책과 자신의 혹독한 글쓰기 훈련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낸 <서민적 글쓰기>, 독서평집 <집 나간 책>, 인터뷰집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세상을 향한 촌철살인을 담은 <서민적 정치>, < B급 정치>,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 등과 여러 권의 어린이책이 있다.
'기생충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목표이며, 기생충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다.

서른 두살에 <소설 마태우스>를 썼다니. 졸작이라 평하는 그 책에도 관심이 간다.

어떤 마음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나도 글쓰기와 함께 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엔 시와 편지쓰기를 즐겨했었다.
귀여운 열쇠 일기장에 꾹꾹 눌러 적었던 시들이 수십 편. 
20대 초반엔 A4용지에 긁적였던 단편 소설이 있었다.
소설이라 평하기도 어렵긴하지만. 나름의 주인공 남녀가 나왔던 이야기.
유년시절엔 억지로 쓰는 일기였지만, 이젠 자발적인 일기 쓰기가 참 좋다.
블로그에 서평을 쓰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물론 '서평'이란 두 글자에 담긴 무게감은 존재한다.
책을 읽은 후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여 나의 것으로 책을 소화하는 시간.
진정한 독서는 저자와의 만남 뿐만 아니라, 책에 담겨진 내용을 꼭꼭 씹어 내 것으로, 나의 삶으로 살아내야 하지 않을까.

초보 독서가인 나에게 조곤조곤 조언을 하는 저자.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간접경험을 통해 글쓰기의 폭을 넓히고, 글에 생동감을 주는 장점이 있지 않은가.
점점 책을 사는 독자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지만, 내가 책 읽기의 재미를 알기 때문인지, 혹은 독서에 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주위엔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 많다. 1인 독립출판물을 소개해주는 친구,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하는 친구, 생일 선물로 꼭 책을 주는 친구, 읽고 싶은 책을 한 박스씩 보내주는 통큰 언니, 온라인 서평까페 회원분들 등.
작년에 <뼈끝까지 내려가서 써라>라는 글쓰기 책의 고전이라 일컫는 책을 읽었었다.

 글의 요지는 한 마디로 "무조건 써라!" 였다.
서민 교수도 이와 같은 말을 한다.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졸작이라도 써보자. 글은 열심히 쓰는 사람이 이기는 분야이니까."



책을 끝까지 읽어가니,
저자의 진실한 마음이 두둥실 떠올랐다.
자기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고백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외모 컴플렉스를 떨치고, 당당하게 방송에 맨 얼굴을 드러낸 용기.

"기생충들아, 고마워. 날 받아줘서. 교수님, 절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보, 결혼해 달라는 내 부탁을 들어준 것, 정말 고마워.

덕분에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어. 앞으로 더 잘할게."


이제는 위생이 좋아져서 기생충 감염이 적지만,
날음식 섭취 문화가 있는 대한민국에선 뗄레야뗄수 없는 기생충.
생선회, 육회, 유기농 채소 등등
우리는 기생충과 기꺼이 친구가 되고 있지 않은가.
[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를
그저 그런 기생충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섣불리 판단했었다.
역시 마음을 열고,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알 수 없었던 세계가 열린다.
앞으로 기생충 전문가 서민 교수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샘터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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